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날 부둥켜안고서 이제는 고생 끝 행복이다 내 세상이 왔다”(카니발 ‘그땐 그랬지’)는 16년 전 노래 가사다. 1학년 때부터 취업전쟁의 장도가 열린다. 이번 겨울만큼 편안히 마음을 살찌울 시간은 다시 얻기 쉽지 않다.
공연장 방문은 이 시기에 권할 만한 시간투자 선택지다. 물론 옥석이 있다. 스스로 10대를 위한 ‘옥’이라 자신하는 공연들이 대입 수험생을 위해 쏠쏠한 할인 이벤트를 준비했다. 수능 수험표와 함께 학생증이나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
각종 할인 이벤트를 고려하면 장당 4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진 수험표를 잃어버렸다면? 안타깝지만 할인 혜택을 받을 방법이 없다. 수험생 할인 가격으로 예매를 하더라도 공연장에서 티켓을 찾을 때 수험표가 없으면 정상 가격만큼 차액을 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당일 시험장에 수험표를 갖고 오지 못한 경우 오전 8시까지 재발급한 것이 마지막이다. 어떤 이유로든 그 이후 재발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형 뮤지컬 중에 수험생 할인 이벤트를 마련한 것은 ‘삼총사’가 유일하다. 8월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 홀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성남에서 겨울 무대를 연다. 신성우 유준상 김법래 민영기 엄기준 소냐 등 실력파 출연진에 아이돌 준케이(2PM)와 박형식(제국의 아이들)이 합류했다. 중소 규모 뮤지컬 중에는 60% 이상 할인하는 ‘그리스’와 ‘번지점프를 하다’가 눈에 띈다. 각각 같은 제목의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서울예술단의 ‘푸른 눈 박연’은 조선 인조 때 귀화한 네덜란드인 얀 야너스 벨테브레이의 사연을 다룬 창작 가무극이다. 26년 뒤 조선에 표류한 네덜란드 사람 하멜과의 만남을 재현하며 ‘왜 박연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파고든다.
대학로 연극무대도 풍성한 수험생 반값 할인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수상하고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든 ‘목란언니’를 눈여겨볼 만하다. 평양예술학교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한 주인공 목란을 중심으로 남북문제를 신선한 시각과 섬세한 묘사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극단의 ‘봉선화’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의 작가 윤정모가 대본을 각색했다. 대학로예술극장(02-333-3626)에서도 연극 ‘택배 왔어요!’ ‘전기수’ ‘환상동화’와 음악극 ‘에릭 사티’를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12월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베르테르’(1588-0688)가 개막을 앞두고 마련한 인문학강좌도 추천할 만하다. 임홍배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시인 이응준, 극작가 고선웅이 원작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작가 괴테에 대해 강연한다. 강의당 참가비는 2만 원. 수험생 할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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