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건축 거장 15인, 그들의 생각과 스케치를 훔치다’. 앞뒤 표지는 선명하고 군더더기 없이 책 내용을 전한다. 앞쪽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거장 15명의 얼굴 스케치가 하얀 바탕에 새겨져 있다. 뒤편에는 대표 건축물 스케치가 있다. 건축가인 저자가 20여 년간 건축물을 답사하고 쓴 글과 스케치, 직접 찍은 사진을 책에 담았다.
건축물을 만나기 전에 건축가의 건축 세계부터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연두색 바탕 종이 위에 담아 그들의 철학과 생각을 강조했다. 또 건축가가 쓴 글이나 말을 담은 문장은 다른 색깔로 처리해 눈에 더 잘 띄게 했다. 책 말미에는 건축 답사를 위한 안내,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한 독일 베를린의 ‘유럽 유대인 학살 추모관’에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이곳에는 검은색 노출 콘크리트 석비 2711개가 모여 장관을 이룬다. 가로(95cm)와 세로(2.375m)는 같지만 높이는 최대 4m까지 다양하다. 석비 사이의 간격은 95cm.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굴곡진 구릉지 지면과 다양한 석비의 높이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곳에서 학살된 유대인을 추모하고 애통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석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어른도 있고 숨바꼭질을 하며 노는 아이도 있다. 저자는 “설계의 개념인 불안정성과 혼돈이 인간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는 아름다운 결과를 낳은 것은 작은 기적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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