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그럭저럭 꾸준히 일감을 얻어 생활하던 대중음악 작곡가였다. 해고와 재고용이 반복되는 삶에 염증을 느껴 나이 마흔에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고 생물음향학 분야 일을 시작했다.
생물음향학이 뭘까. 첫머리에 일러둔 인터넷 사이트(thegreatanimalorchestra.com)에 들어가 보면 구구절절한 설명 필요 없이 바로 알 수 있다. 지은이는 4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며 생물 1만5000여 종의 소리를 녹취했다. 그 소리자료 중 책 내용과 관련된 것을 추려 사이트에 게재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재규어가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 ‘개미가 노래하는 소리’ ‘오르간굴뚝새의 휘파람’을 클릭해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하지만 사이트에 비해 책은 그리 수월하게 읽히지 않는다. 이야기하려는 바를 뚜렷이 정하고 책을 썼다기보다는, 그득히 쌓인 소리자료를 소개할 방법으로 책을 택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번역과 편집도 아쉽다. ‘페퍼 상사의 고독한 마음 클럽 밴드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든가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 하는 식으로 굳이 써야 했을까 싶은 영어 병기가 줄기차게 이어져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조용한 밤에 불 끄고 방 컴퓨터 앞에 앉아 사이트의 소리자료를 들으며 관련 페이지를 찾아 훑어보길 권한다. 36쪽의 늑대 합창이 백미다. 훌륭하게 오싹하다. 책에 언급했듯 “인간이 소음을 만드는 것은 혼자가 아님을 상기하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다. 정독할 곳 찾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원제 ‘The Great Animal Orchestra’(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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