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면에서 세계 10위인 한국의 출판시장을 수년간 눈여겨봐 왔습니다. 각종 국제도서전에서 한국 부스를 방문할 때마다 특유의 지역색이 드러나는 한국 문학에 매력을 느꼈죠. 한류라는 좋은 홍보수단이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만난 잭스 토머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은 한국이 2014년 런던도서전의 주빈국에 선정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은 런던에서 내년 4월 8∼10일 열리는 런던도서전에서 주빈국 자격으로 해외 출판 관계자에게 국내 도서와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데는 영국 출판계 내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위상이 높아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11년 신경숙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의 아시아판인 ‘맨 아시아 문학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어 김영하 이정명 같은 작가의 작품이 번역돼 현지에 소개됐다. 토머스는 “‘엄마를 부탁해’는 한국 문학이 영국 출판계에 들어오는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의 국제도서전인 런던도서전에는 매년 110여 개국에서 2만5000여 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모인다. 주빈국은 행사 기간 동안 자국 작가를 초빙해 전 세계에서 온 출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좌담회를 진행하고 청중과 함께 토론하는 세션을 운영한다.
2004년 런던도서전에 주빈국 제도가 처음 마련된 이후 동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2012년 주빈국에 선정됐던 중국은 자국의 어린이 책을 여러 국가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고,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옌 등 저명 작가 32명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중국 문학을 홍보했다. 한국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빈국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도서전을 전후로 1년 6개월 동안 영국문화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과 영국 출판 전문가를 상대로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토머스 위원장은 서로 다른 대륙에서 온 작가와 출판사들이 런던도서전에서 만나는 것을 ‘스피드 데이팅’이라고 표현했다. “내년 도서전 둘째 날 열리는 ‘작가의 날’ 행사에 한국 아동도서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를 초빙한다고 발표하자 미국 펭귄출판사가 이 책의 영어 판권을 사들였어요. 런던도서전에 작가가 초빙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외 판권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죠. 주빈국 프로그램은 한국 도서를 홍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런던도서전은 4년 전부터 문학 번역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도 여기서 소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영국의 ‘그란타’라는 잡지사의 출판부는 이 책의 판권을 사들여 출간했다.
토머스 위원장은 “문학 교류의 가장 큰 장벽인 번역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도서전을 통해 영국 출판사들이 한국 책 번역본들을 내놓아 제2의 신경숙 같은 사례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며 “도서전은 단 3일이지만 30년간 양국의 문화교류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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