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3월 취임한 뒤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예술의전당 콘텐츠 영상화사업(SAC on screen)’이 16일 첫선을 보였다. 예술의전당 자체 기획인 ‘토요 콘서트’를 경기 연천, 경북 안동, 전북 전주, 전남 여수 등 4개 도시 문예회관과 CGV 전국 5개 상영관(서울 압구정점, 경기 오리점, 대구점, 부산 서면점, 광주 터미널점)에서 동시에 실황 중계했다. 이번 생중계는 케이블 채널 예술TV 아르떼가 영상 제작을, CJ파워캐스트가 실황 송출을 맡았다.
화면을 다채롭게 꾸미려는 노력은 역력했다. 지휘자 김대진이 이끄는 연주회 실황만이 아니라 음악칼럼니스트 장일범의 안내로 콘서트 시작 전 로비 풍경부터 연주가 끝난 뒤 백스테이지로 들어오는 연주자의 미소, 휴식시간에 이뤄진 지휘자와 협연자 인터뷰까지 실제 공연장에 앉아 있는 관객은 볼 수 없는 막후의 모습들을 보인 점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미 매끈하고 화려한 영상에 익숙한 ‘눈 높은’ 관객들이 이 영상물에 매력을 느낄지에는 물음표를 그리겠다.
이번 실황 중계는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된다는 점을 간과한 듯 보였다. 화면 구성은 산만했고, 지상파에서 사용하는 고화질(HD)로 제작해 대형 스크린에서는 선명도가 떨어졌다. 고음 부분은 귀를 찌를 듯 거칠었으며, 마이크마다 볼륨이 달랐고 어수선한 배경도 거슬렸다. 음악칼럼니스트 황장원은 “이 프로젝트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영상 전문가의 전체적인 코디네이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예산과 전문 인력을 더 투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편당 150억 원을 들이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메트 온 스크린’, 세계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는 베를린필의 디지털 콘서트홀도 국내에서 접할 수 있지만 흥행에서는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술의전당은 ‘예술의전당의 우수 공연 콘텐츠를 이제 전국 어디에서나 즐긴다’는 모토를 내세웠다. 영상화 사업의 전제는 우수한 공연 콘텐츠의 확보다. 품질 높은 예술의전당 자체 기획공연이 없는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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