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 목마른 초기 비틀스의 에너지 넘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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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의 비틀스 라이브 앨범 ‘온 에어’ 프로듀서 케빈 하울렛 e메일 인터뷰

《 19년 만의 비틀스 새 라이브 앨범 ‘온 에어-라이브 앳 더 비비시 볼륨 2’가 18일 국내에서 발매됐다. 비틀스가 1963∼65년 영국 BBC 라디오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보인 연주와 노래, 멤버들의 입담이 CD 2장에 담겼다. 1994년 나온 ‘라이브 앳 더 비비시’의 후속 작품이다. 1995∼96년 세 차례에 걸쳐 공개된 앨범 ‘비틀스 앤솔로지’ 이후 17년 만에 비틀스의 미공개 트랙이 무더기로 쏟아진 셈이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1994년과 2013년 BBC 라이브 앨범에 모두 프로듀서로 참여한 세계적인 ‘비틀스 역사학자’ 케빈 하울렛(57·사진)을 e메일로 만났다. 하울렛은 1978년 음향 엔지니어로 BBC에 입사해 1981년부터 ‘BBC 라디오 원’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지금은 ‘하울렛 미디어 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난데없이 비틀스의 새 라이브 앨범이라니. 이유가 뭔가.

“비틀스의 정규 앨범들이 재발매되던 2009년, BBC가 추가로 발표할 만한 곡이 있는지 내게 문의했다. 앨범 하나 더 낼 수 있는 분량이 있다고 답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이번 음반을 내게 됐다.”

―선곡과 제작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라디오 프로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곡들 사이의 간격을 좁혔으며 멤버들의 대화 부분이 실제 라디오 방송처럼 끼어들게 했다.”

―비틀스 생존 멤버들은 음반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폴 매카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들어봤는데 자신들의 연주에 새삼 놀랐다더라. ‘멤버들이 온 마음으로 성공을 애타게 바랐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정말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비틀스는 라이브 그룹으로서 전성기에 도달해 있었다.”

―음악사적 가치가 가장 높은 트랙은?

“선보인 적 없는 희귀한 곡 두 개다. 하나는 척 베리의 ‘아임 토킹 어바웃 유’의 커버(다른 이의 곡을 연주하는 것). 토요일 오전 수백만 청취자 앞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프로 ‘새터데이 클럽’에서 발췌한 거다. 다른 하나는 스티븐 포스터의 곡 ‘뷰티풀 드리머’다.”

―당시 비틀스의 라디오 출연은 어떤 의미였나?

“잔잔한 음악 일색으로 무척 구식이던 BBC 라디오에 파격적인 변화를 이끈 주역이 비틀스였다. 지역 사투리가 방송을 타는 일이 거의 없던 시절, 비틀스의 리버풀 억양은 그대로 방송됐다. 영국 대중에게 완전히 생소했던 미국의 리듬 앤드 블루스와 모타운 음악을 소개하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BBC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비틀스의 매력은 뭘까.

“실수를 하면 그게 그대로 방송을 타므로 비틀스는 한 번의 연주에 고도로 집중해야 했다. 그때 포착된 에너지가 담겼다. 또 몇 곡에서 매카트니의 베이스 기타가 특히 강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EMI(비틀스 음반 제작사)의 엔지니어들은 베이스가 너무 강하면 턴테이블에서 바늘이 튕겨 나갈 것을 우려해 저음을 줄였다. BBC는 라디오 방송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BBC 미공개 음원은 얼마나 더 있나? 세 번째 앨범도 기다려 볼 수 있을까?

“BBC에서 연주한 것 중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곡들은 이번에 대부분 발표됐다. 1994년과 이번 음반을 통해 88곡 중 81곡이 소개됐다. 세 번째 음반은 좀 무리일 것 같다.”

▼ 정교한 연주-보컬 화음, 50년 흐른 지금껏 생생 ▼
비틀스 새 앨범 들어보니


18일 오전 서울 이태원동에서 열린 비틀스 ‘온 에어-라이브 앳 더 비비시 볼륨 2’ 감상회에서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왼쪽)와 음악인 이재학 씨는 “우리 시대 문화 유산의 궤적을 담은 귀중한 음반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8일 오전 서울 이태원동에서 열린 비틀스 ‘온 에어-라이브 앳 더 비비시 볼륨 2’ 감상회에서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왼쪽)와 음악인 이재학 씨는 “우리 시대 문화 유산의 궤적을 담은 귀중한 음반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963∼65년 비틀스 멤버들은 20대 초중반이었다. 흥겨운 로큰롤을 연주하고 작곡하는 능력은 이때 최고치에 달했다. 당시 녹음된 ‘온 에어-라이브 앳 더 비비시 볼륨 2’는 주류 음악의 갑판에 갓 낚여 올라온 비틀스의 펄떡임을 인상적으로 그려 낸다.

멤버들의 정교한 라이브 연주와 보컬 화음은 지금 들어도 놀랍다. ‘히피 히피 셰이크’ ‘뷰티풀 드리머’ ‘트위스트 앤드 샤우트’에서 고래고래 악쓰는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의 분출은 상쾌한 생짜다. 멤버들의 컬러 사진과 흰 배경에 비틀스가 세운 애플 레코드의 상징인 푸른 사과가 어우러지는 디자인은 상큼하고 화사하다. 안팎으로 실속 있으니 비틀마니아(비틀스 광팬)라면 눈이 뜨일 수집품이다.

비틀스의 17년 만의 새 뮤직비디오 ‘워즈 오브 러브’ 동영상 링크
비틀스의 17년 만의 새 뮤직비디오 ‘워즈 오브 러브’ 동영상 링크
팬이 아니라면 주의해야 한다. 63개의 트랙 중 노래는 40개이고, 그중 17개만이 비틀스의 곡이다. 버디 홀리, 리틀 리처드, 척 베리, 레이 찰스 같은 다른 음악인의 곡을 재해석한 트랙이 다수다. 23개 트랙은 라디오에서 멤버들이 나눈 대화나 코멘트다. 음질이 안 좋은 트랙이 있어 큰 음량으로 감상하기에 무리도 있다. 디지털 리마스터(음질 보정)를 거쳤지만 원음의 한계는 남았다. 2장의 CD 대신 3장의 LP로 된 버전, 새로 음질 보정된 ‘라이브 앳 더 비비시’와 함께 담긴 버전도 나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비틀스#온 에어-라이브 앳 더 비비시 볼륨 2#케빈 하울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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