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메시지의 시적 다큐… 눈부신 청춘의 환상적 일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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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애호가들이 기다린 두 전시 로버트 프랭크-라이언 맥긴리 전

작가의 주관적 감정에 충실한 다큐 사진을 개척한 로버트 프랭크와 청춘의 자유와 일탈을 찍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이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프랭크의 ‘트롤리’(1956년 위)는 당시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포착한 작품. 맥긴리의 ‘Somewhere place’(2011년)는 옷을 벗고 자연과 하나 된 청춘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미사진미술관 대림미술관 제공
작가의 주관적 감정에 충실한 다큐 사진을 개척한 로버트 프랭크와 청춘의 자유와 일탈을 찍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이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프랭크의 ‘트롤리’(1956년 위)는 당시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포착한 작품. 맥긴리의 ‘Somewhere place’(2011년)는 옷을 벗고 자연과 하나 된 청춘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미사진미술관 대림미술관 제공
《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로버트 프랭크(89)와 자유로운 청춘을 포착하는 스타 작가 라이언 맥긴리(36). 사진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두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세대도 다르고 작품 세계도 딴판이지만 공통분모도 있다. 주류의 미학에서 벗어나 고유한 사진 형식을 탐색함으로써 당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결과적으로 사진의 관습과 규칙을 뒤집은 이들의 시도는 보편적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


‘로버트 프랭크 사진전’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개인적 관점과 직감에 충실한 다큐 작업으로 사진의 새 길을 제시한 전설적 존재다. 스위스 태생으로 1947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1955∼56년 구겐하임 재단의 기금을 받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일상을 찍었다. 이를 토대로 1959년 첫 사진집 ‘미국인(The Americans)’ 영어판을 출간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노출 부족에 거친 입자의 흑백 사진 속에 미국의 어둡고 쓸쓸한 이면이 담겨 있어서다. 이번 전시는 ‘미국인’ 중 일부를 비롯해 평생의 여정을 돌아보는 자리다. 내년 2월 9일까지. 5000∼6000원. 02-418-1315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라이언 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은 제목 그대로 젊음의 상처와 기쁨을 눈부시게 기록한 사진을 볼 수 있다. 옷 벗은 젊은 남녀와 광활한 자연, 부드러운 빛의 3중주로 연출한 사진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누구나 꿈꾸긴 해도 감히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일탈의 환상을 간접 체험하는 기회다. 내년 2월 23일까지. 3000∼5000원. 02-720-0667

○ 미국 사회에 대한 주관적 다큐멘터리

프랭크는 사회의식과 시적 감성을 결합한 포토에세이 형식의 사진을 정립했다. 백인과 흑인이 분리해 탑승한 전차, 펄럭이는 성조기 뒤편에 보이는 얼굴 없는 여인, 적막한 들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주유기 등. 그의 대표작 ‘미국인’ 연작은 날것 그대로 미국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 유럽에서 온 이방인, 즉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반영해 파장을 일으켰다.

2만 장에서 고른 83장의 사진을 수록한 ‘미국인’은 ‘인종차별과 자국우월주의, 상업화에 빛바랜 경건함과 정치적 부패’를 주관적 관점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물이다.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일상의 모습과 모호한 순간이 왜곡된 원근감, 생경한 구도로 담겨 있다. 1950년대 후반 애국심과 낙관주의에 들떠 있던 미국 사회는 혹평을 보냈지만 오늘날 그의 혁신적 스타일은 당당히 세상의 주류로 뿌리를 내렸다.

오리지널 프린트 115점이 전시됐다. 20세기 후반 시대를 앞서갔던 사진가의 여정과 더불어 실험적인 시각예술가, 영화 제작자로서의 면모도 되짚을 수 있다.

○ 청춘의 일탈에 대한 감각적인 보고서

전시에 맞춰 내한한 맥긴리는 180cm가 넘는 큰 키에 날렵한 몸매로 록스타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26세 때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2010년 개인전 오프닝 당시 관람객이 몰려들어 경찰이 출동했을 만큼 이른 나이에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가다.

그는 남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댄서나 배우 같은 아티스트가 등장해 뛰거나 넘어지는 등 역동적 동작을 한다 △자연을 배경으로 삼는다 △일출과 일몰 2시간 전후의 부드럽고 영롱한 빛을 담아낸다.

미국을 횡단하며 젊은 세대가 꿈꾸는 풍경을 포착한 ‘로드 트립’과 근작인 초상화연작 등 14년간 작가의 피와 땀이 녹아든 사진을 모았다. 반항정신과 호기심 등 젊음이 가진 태도를 좋아한다는 작가, 청춘의 불안과 일탈마저 아름답고 희망적으로 묘사한 점이 매혹적이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라이언 맥긴리-청춘#그 찬란한 기록#로버트 프랭크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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