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쓰는 40, 50대 남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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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공모전 33% 차지… “추억 표출”

입시공부와는 담 쌓고 지내던 여고생 다나. 남에게 ‘대단합니다!’라는 말을 들어 보는 게 소원이던 그녀는 고3 때 자포자기 심정으로 치른 수학경시대회에서 만점을 맞는 거짓말 같은 일이 발생하면서 국내 최고 명문대의 경제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 패션 회사에 취업한 다나는 엘리트인 본부장 철진과 회사 오너의 외아들 유안에게서 동시에 구애를 받는데….

이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쓴 사람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일반인과 기성작가를 상대로 공모한 제1회 로맨스 소설 공모전에서 본심에 오른 이 소설의 작가는 4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소설, 그것도 ‘달달한’ 로맨스 소설 작가가 되고픈 중장년 남성이 적지 않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시행했던 제1회 로맨스 소설 공모전 응모자를 성별 연령별로 분류했더니 전체 응모자 1000여 명 가운데 40대 남성이 무려 19%나 됐다. 50대 이상 남성도 14%를 차지했다. 전체 응모자 3명 중 1명은 40대 이상 남성이었다. 응모자가 가장 많은 단일 성별 연령대는 20대 여성(26%)이었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은 주로 20, 30대 여성들이 생산 소비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40대 남성 응모자가 30대 여성(18%)보다 많다는 것은 예상 밖이다.

중년 남성의 응모작은 대다수가 내용이나 구성 면에서는 수준 미달이었다고 한다. 첫사랑 경험을 소재로 한 회고담이나 창작물로서의 최소 요건도 못 갖춘 신변잡기적 연애물이 많아 1차 예심 통과 작품은 딱 하나였다. 반면 100만∼500만 원의 상금을 받은 최종 수상작 4편은 모두 20, 30대 여성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로맨스 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40, 50대 중년 남성의 열기는 올해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허균 교보문고 콘텐츠사업팀장은 “연말까지 접수하는 제2회 공모전에도 중년 남성의 응모작이 적지 않다”며 “바쁜 현실 속에서 억누르고 살았던 소년기의 감성과 옛 사랑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욕구가 로맨스 소설 응모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로맨스 소설#남성#중년#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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