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독서문화 직접 둘러보니
연령대 맞춰 독서권장운동 펼치고 전국 곳곳서 1년에 250여개 문학축제
글 못읽거나 독해력 약한 성인 위해 쉽게 쓴 책 해마다 6권씩 내는 단체도
영국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기온이 0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야외 곳곳에서 책을 펼쳐 든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잔디밭이나 공원 벤치 가릴 것 없이 앉아서 독서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책을 펼쳐든다. 지하철 안에서 소설책이나 시집을 읽는 모습 역시 대부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우리네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영국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6개의 ‘문학창의도시’ 중 에든버러와 노리치 등 2곳이 포함돼 있을 만큼 문학적 관심이 높은 나라다. 영국 전역에서 한 해 동안 열리는 문학축제는 250개가 넘는다. 문화예술정책을 집행하는 최대 기관인 잉글랜드예술위원회에서 문학 관련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이 1년에 500만 파운드(약 85억770만 원)에 이른다.
높은 문학적 관심을 반영하듯 영국 국민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체계적인 독서권장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다. 잉글랜드예술위에 따르면 영국 국민 6명 중 1명은 글을 읽지 못하거나 독해력이 약해 정부와 시민단체는 연령대별로 짜인 수백 개의 독서 권장운동을 펼친다.
영국의 책읽기 운동 단체에는 크게 북트러스트(Book Trust), 영국독서연맹, 퀵리드(Quick Reads) 등이 있는데, 이 단체들은 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북트러스트는 가장 큰 규모의 독서권장운동 단체다. 잉글랜드예술위와 25개 출판사의 지원으로 운영되며 전국 4125개 공공도서관 중 3500여 개의 도서관과 연계돼 있다. 북트러스트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세 단계로 나뉜다. △북 스타트(0∼3세 대상) △북 타임(4, 5세) △북 버즈(6∼11세)다. 그룹별로 선정한 우수도서와 함께 책, 학습자료가 담긴 꾸러미를 회원 가정에 무료로 제공한다.
1992년 시작한 ‘북 스타트’는 현재까지 책 4200만 권을 어린이 2200여만 명에게 제공했다. 27개 나라에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했고 한국에서도 2003년부터 ‘북 스타트 코리아’를 운영한다. 영국에선 주말마다 곰 분장을 하고 지역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북 스타트 베어 클럽’에 가입한 성인이 14만 명에 이른다.
영국독서연맹은 청소년층의 독서를 독려한다. 이 단체가 주최하는 ‘여름 독서경시대회’에는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4∼11세 어린이의 독서를 지도한다. 영국독서연맹의 앤 사래그 씨는 “자원봉사자들이 아동의 독서활동을 도우면서 스스로 독서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퀵리드는 글을 못 읽거나 독해력이 약한 성인의 독서를 돕는다. 매년 유명 작가 6명이 재능기부 형태로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 쓴 신간 6권을 권당 1파운드(약 1700원)에 판매한다. 북트러스트에서 진행하는 스킨트(Skint·빈곤층을 의미하는 구어) 프로그램은 글을 읽지 못하는 빈곤층과 죄수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읽기 쉬운 책을 무료로 제공한다.
만 60세 이상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북트러스트가 운영하는 ‘북바이트(Bookbite)’다. 이 프로그램은 회원에 가입한 노인 2만3000명을 10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묶어 자발적 독서토론회를 진행하도록 도와준다.
잉글랜드예술위의 니컬라 스미스 홍보팀장은 “독서권장운동의 목적은 독서라는 문화적 혜택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함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등 특수한 영역으로 점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