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전쟁 유발자’로 불리는 층간소음. 올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방화 폭력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됐다. 책은 아파트 중심 사회에서 공포로 떠오른 층간소음을 소리공학에 근거해 설명해 준다.
충격음은 바닥이나 벽의 콘크리트, 철근을 타고 위아래층으로 전달되는데 특히 저주파 소음이 크게 전달된다. 층간소음은 50Hz 이하 저주파로 이뤄져 있다. 저주파 소음은 공명을 일으켜 거실이나 방에 큰 울림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저주파 소음이 사람의 귀보다는 신체나 촉감을 자극해 머리나 가슴에 통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실제 실험에서도 저주파 소음을 들은 사람들이 어지러움과 가슴울림을 호소했다.
귀에 선명하게 들리는 소음이라면 귀를 막으면 그만이지만 신체나 촉감을 자극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갈수록 아파트 구조도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거대한 울림통으로 변하고 있다. 아파트 높이가 올라갈수록 층간은 좁아지고 건축 자재는 가벼워져 소리는 더 크게 울린다.
사람의 코 고는 소리도 저주파로 이뤄져 있다. 코 고는 사람 옆에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띵한 것도 저주파가 머리를 울리는 공명 특성이 있어서다.
물론 사람을 살리는 소리도 있다. 책은 여름철 해변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들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해변을 소개한다. 몽돌해변에는 주먹돌이 깔려 있어 파도가 밀려 나갈 때면 ‘짜자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백령도 해변은 손톱만 한 크기의 굵은 모래가 있어 ‘싸∼’ 하는 소리를 낸다. 파도 소리는 3∼7초 주기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음이 편안할 때 하는 심호흡과 주기가 비슷해 졸음을 유발한단다. 이런 자연이 내는 소리는 백색광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일곱 가지 무지갯빛으로 나누어지듯, 음폭이 넓어 백색소음이라 부른다.
대중매체에 자주 출연해 우리에게 익숙한 배명진 교수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를 만들고 소리공학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다. 배 교수는 소리공학자답게 소리 분석과 소리 활용에 대해 썼고, 같은 대학 영어영문학과의 김명숙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에 얽힌 이야기를 썼다.
책은 재밌는 TV 교양 프로그램을 보듯 잘 읽힌다. 1, 2초 찰나에 담긴 살인자의 목소리를 분석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고, ‘개도 웃을 일’이란 표현의 진위를 가리려고 개가 웃는 소리를 녹음해 다른 개에게 들려준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굵어지는 이유도 들려준다.
배 교수의 꿈은 늙지 않게 만드는 소리라는 의미의 ‘불로(不老) 톤’을 찾는 것. 소리로 질병과 탈모, 마음의 병을 고친 사람들의 체험도 소개한다. 책에서 이미 불로 톤을 찾는 해법을 알려 줬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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