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였던 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에서 윷판 1점과 고누판 5점이 발견됐다. 몽골에 맞서 싸우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삼별초군이 윷놀이와 고누놀이로 휴식을 즐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제주고고학연구소는 26일 제주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에 있는 항파두리 항몽 유적의 내성지(內城址)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271년 지어진 항파두리 토성은 고려시대에 삼별초군이 여몽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1273년 섬멸 당할 때까지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곳이다. 이번에 발굴한 내성지는 삼별초 지휘부의 관아와 부대시설이 있던 곳으로 건물터 11동과 무기류, 청자류, 기와류가 출토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윷판이 새겨진 한 건물터 주춧돌 1점이 발견됐다. 윷판은 긴 변이 18cm, 작은 변이 16cm로 주춧돌 가운데에 매끄럽게 새겨져 있다. 또 토성에서 출토된 고누판 5점은 토성을 쌓을 때 사용하는 돌 위에 격자무늬를 새긴 것으로 각 변의 길이는 13∼39cm, 두께는 4∼6cm로 다양하며 돌의 일부는 깨져 나갔다. 고누놀이는 말판 위에서 말을 움직여 상대편 말을 잡거나 가두어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놀이다.
김용덕 제주고고학연구소 연구부장은 “제주의 다른 곳에서는 윷판이나 고누판이 발견된 적이 없어 삼별초 병사들이 가지고 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전통적으로 윷판은 천문학적 질서가 축약된 소우주로 여겨졌고 고누판도 윷판처럼 상하좌우가 완전한 대칭이어서 천상의 질서가 지상에서도 구현되길 바라는 건축적 의례의 일환으로 새겨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서울 종루, 경주 반월성과 황룡사지의 주춧돌에서도 윷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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