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충남 부여군 부소산 낙화암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본 뒤 처음 든 생각입니다. 신록의 계절이 지나고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던 1991년 어느 날, 군 제대를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나와 찍은 사진인 듯합니다. 군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으니 꽤 남자다워 보입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졸업여행 등으로 부여를 자주 찾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포장이 안 된 자갈길, 흙길을 걸으며 궁녀사, 낙화암, 고란사를 둘러봤습니다. 그곳에 서면 백제의 옛 모습이 마치 눈앞에 있듯 상상이 되곤 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나요.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부소산 입구에서 사 먹던 호떡의 맛입니다. 지금도 가끔 제가 사는 동네에서 호떡을 사먹지만 그때 그 호떡의 맛을 내는 곳은 한 곳도 없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2011년 인천에 계시는 장모님 댁에 다녀오는 길에 부소산 낙화암을 다시 찾았습니다. 20년 전에는 없었던 다리가 백마강 위로 새로 생겼고, 강 모래톱은 공사 때문인지 20년 전보다 면적이 많이 줄었더군요.
하지만 사진 뒤쪽에 보이는 소나무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았습니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사진 속 저는 호리호리한 청년에서 이제는 배가 불룩 나온 중년으로 변했네요!
이인덕 씨(경남 사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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