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앨런 길버트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틀간 내한공연을 펼친다. 첫날 공연의 협연자는 신진 피아니스트 김다솔(24)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그는 어떻게 뉴욕필 내한공연의 협연자로 선택됐을까.
이번 연주회를 주최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뉴욕필 내한공연이 결정된 뒤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서 오케스트라에 제안했다. “한국의 영재를 협연자로 세우는 건 어떨까요?” 뉴욕필은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렇게 답했다. “아티스트를 추천해주세요. 그리고 그 연주자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재단은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김다솔을 단독으로 추천하면서, 그의 연주가 담긴 CD와 동영상을 뉴욕에 보냈다. 이후 앨런 길버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김다솔과 대면해 오디션을 봤고, 그를 협연자로 최종 결정했다. 재단의 박선희 음악사업팀장은 “여러 무대를 지켜보면서 김다솔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상주음악가로 활동한 만큼 향후 무대를 지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해외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이름을 올리는 데는 내한공연 주최 측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해외 악단들도 투어의 흥행을 위해 현지 의견을 존중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협연자 선정 기준은 실력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티켓 파워다. 우리 클래식 시장이 넓지 않다 보니 기획사별로 일종의 ‘계파’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대니얼 하딩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내한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당초 런던심포니 아시아 투어의 협연자는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중국명 왕위자·王羽佳)이었으나 한국 공연만 김선욱으로 바뀌었다. 김선욱의 매니지먼트는 영국 아스코나스 홀트가 맡고 있는데 내년부터 한국 공연은 빈체로가 담당한다. 이 공연의 한국 기획사가 빈체로다.
내년 6월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주최하는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임동혁은 크레디아, 클라라 주미 강은 아트앤아티스트에 속해 있다. 클라라 주미 강은 크레디아 소속은 아니지만 실력과 티켓 파워, 미모를 갖춰 협연자로 인기가 높다.
한국 측에서 협연자를 추가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내년 12월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체 카머필 연주회에는 원래 바이올린과 첼로 협연자가 함께 내한하기로 했는데, 한국 기획사에서 구성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피아니스트를 넣어 달라고 했다. 상의 끝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해외 오케스트라는 한국 협연자들보다는 이름난 협연자들과 내한하는 경우를 한국 측이 선호한다. 내년 2월에 오는 쾰른필은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 4월 취리히 톤할레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를 대동한다.
10월 내한하는 몬트리올 심포니는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를 협연자로 정했는데, 베레좁스키가 한국 공연이 드물지 않은 연주자인 만큼 내년에 한국에서 별도의 리사이틀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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