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내용을 공유하는 영화와 공연을 맞대놓고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26일 막을 올린 뮤지컬 ‘맘마미아!’는 그리스 산토리니 앞바다의 반짝이며 부서지는 물보라를 보여줄 수 없다. 푸른색 배경과 조명의 조합으로 최선의 분위기를 전달할 뿐이다. 열창하는 여주인공의 촉촉한 눈망울을 클로즈업하거나 음정 실수를 편집할 수도 없다.
1994년 뮤지컬 ‘맘마미아!’를 빚어낸 작가 캐서린 존슨과 연출 필리다 로이드는 14년 뒤 다시 합심해 만든 영화에 당연히 그간 공연의 정수를 골라 담았다.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이라면 미워하기 힘든 이 영화는 세계 시장의 여러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 성공은 원작 뮤지컬에 묘한 굴레로 돌아왔다.
영화와 공연을 비교하는 건 어리석다고 아무리 다짐해도, 어맨다 사이프리드의 사랑스러운 웃음과 목소리의 기억을 지워내기는 불가능하다. 영화 이상의 무언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영화와 다른 무언가를 찾아보는 편이 낫다.
이번 오리지널팀 첫 내한공연에서 도드라지는 강점은 영화가 보여준 취약점에 맞닿는다. 결혼식을 앞둔 소피에게 초청받은 예비 아버지 세 사람의 빼어난 용모와 노래가 2시간 40분을 지탱하는 밑천이다. 무대 위 샘 카마이클(리처드 스탠딩)은 5년 전 피어스 브로스넌이 모독했던 아바의 ‘SOS’가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상대적으로 여성 출연자들은 매력과 역량이 떨어진다. 메릴 스트립이나 사이프리드와 비교해서가 아니다. 한국 여자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와 연기력을 여러 번 돌이켜 생각했다. 잇달아 상하의를 벗어젖히는 남자 배우들은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미끈하고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드러낸다. 1막 마지막 장 ‘Voulez-Vous’ 군무에서 그런 남자 배우들의 경쾌한 움직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여배우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뮤지컬 시장의 주 고객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결국은 ‘Thank You For The Music’. 맘 놓고 즐길 거리는 음악이다. 뮤지컬이든 영화든 ‘맘마미아!’의 주인공은 기타를 둘러메고 두 여성 보컬 뒤에 물러서 있던 작사 작곡가 비에른 울바에우스, 베뉘 안데르손이다. 아바의 노래를 라이브로 즐기고 싶은 여성 관객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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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포이저, 케이론 크룩, 마이클 비클리, 빅토리아 세라 출연. 2014년 3월 2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5만∼15만원.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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