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책상을 버려야 인민이 산다” 리커창의 민생현장 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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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훙칭 지음·구천서 옮김/436쪽·2만 원·푸른역사

‘나라가 어지러우면 선량한 재상을 선호한다(世亂思良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함께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리커창(李克强) 총리. 저성장과 함께 사회적 요구가 다양화하는 거대한 도전을 맞고 있는 중국에서 국민들은 리 총리에 대한 높은 기대와 신뢰를 보이고 있다.

1974년 3월 리 총리가 문화대혁명의 회오리 속에서 중고교 과정을 중단하고 하방(下方)돼 보내진 안후이(安徽) 성 펑양(鳳陽) 현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고향이었다. 하지만 1959∼60년 기록으로 남겨진 것만 따져도 63건의 인육 사건이 있을 만큼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곳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리 총리는 민생 최우선의 정치 철학을 키웠다.

시 주석이 경제적 효율과 지속적이고 빠른 성장을 강조하는 반면 리 총리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사회 안전망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 같은 개인적인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 책은 중국 지도자 분석에 독보적인 뉴욕 소재 밍징(明境)출판사에서 나왔다. 저자 훙칭(洪淸)은 출판사 소속 전문작가로 가명이다. 실명을 공개하지 못할 만큼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하거나 화끈한 폭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역대 총리 중 유일한 경제학 박사 출신이자 최고 명문 베이징대를 나온 리 총리의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세계가 주시한 시-리 라이벌전’ ‘관료가 두려워하는 지도자’ ‘책상(탁상행정)을 버려야 인민이 산다’ ‘높은 병원 문턱은 중국의 고질병’ 등 항목마다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았다. 중국의 시진핑-리커창 체제 출범이 다음 달로 1년을 맞는다. 시 주석에 대한 책들은 여러 권 나왔으나 리 총리 개인의 인간적인 면과 정책적 지향점을 집중 분석한 책은 처음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경제 조타수로서의 비중과 역할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리커창#시진핑#중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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