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제이드는 “함께 성장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발효’하는 팀이 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피아노 이효주,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박지윤. MOC프로덕션 제공
예원학교 스쿨버스에서 얼굴을 익혔던 세 사람은 2002년 프랑스 파리고등국립음악원에 함께 입학하면서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10대 소녀 셋에게 파리는 ‘보물창고’였다. 매일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회, 학생증만 있으면 통과되는 박물관과 미술관, 산책하다 발견하는 자기들만의 비밀장소….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28·프랑스 페이 드 라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 첼리스트 이정란(30·서울시향 부수석), 피아니스트 이효주(28·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는 그렇게 파리에서 음악적 감성을 한껏 키웠다.
이들은 때로 둘이나 셋이 연주 호흡을 맞추다 2005년 ‘트리오 제이드’를 결성해 같은 학교의 실내악 전문연주자 과정에 들어갔다. 이들 각자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자크 루비에, 바이올리니스트 장자크 칸토로프, 첼리스트 필리프 뮐러가 트리오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트리오 결성 8년 만에 한국에서 첫 정기연주회(18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로 세종체임버홀)를 여는 이들은 요즘 파리에 한데 모여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 셋을 각각 e메일로 만났다.
트리오 제이드라는 이름에는 이들의 꿈이 담겼다. “트리오 활동하면서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이 이름 지을 때였어요. 동양의 귀한 보석인 옥(玉·jade)처럼 시공간을 넘어 견고하고 신비로우면서 빛나는 트리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희 셋 이름에도 영문자 ‘J’가 다 들어간답니다!”(박지윤)
이들은 트리오 결성 이후 올해 처음으로 출전한 오디션에서 우승을 거두며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오디션을 주최한 아트실비아재단이 1년간 이들의 연주활동을 후원한다. 덕분에 첫 정기연주회를 열게 됐다. 작곡가 류재준은 이들을 두고 “한마디로 밀리언달러 트리오가 나타났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저는 2008년 귀국했고 효주는 하노버, 지윤이는 잘츠부르크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그동안 틈틈이 같이 연주하면서 서로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했지요. 올해 실내악 오디션에서 우승한 뒤 이제 트리오 제이드라는 이름으로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려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제이드만의 색깔이 생겼다는 믿음을 가졌거든요.”(이정란)
또래인 세 사람은 친하기도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과 실내악에 대한 애정을 확신해 나란히 길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본인을 제외한 다른 두 연주자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세 사람 모두 빼곡한 답을 보내왔다.
동갑내기 박지윤과 이효주는 언니 이정란이 음악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대하는 모습, 그리고 가냘픈 몸에서 떠올리기 어려운 풍부한 소리와 비브라토에 감탄했다. 늘 활발하고 긍정적인 박지윤의 연주에서는 밝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그가 빚어내는 선율은 고운 도자기를 보는 듯 우아한 절제미가 깃들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힘 있고 깔끔한 연주를 들려주는 이효주는 분석적이고 이성적이며 섬세한 완벽주의자라서 뭐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단다.
프랑스파인 이들은 예상을 깨고 러시아 작품으로만 연주회의 프로그램을 꾸몄다. 차이콥스키 사계 중 12월(크리스마스), 아렌스키 피아노 트리오 1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이들은 “프랑스 레퍼토리에 분명한 강점이 있지만, 프랑스 작품만 연주하는 팀으로 인식되기는 싫다. 러시아 레퍼토리를 새로운 도전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전석 3만 원. 02-338-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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