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무용 전문 소극장 창무 포스트극장의 객석 200여 석은 공연 30분 전에 이미 더이상 앉을 자리가 없었다. 무대 바닥에 앉거나 계단 칸칸마다 관객이 빼곡히 들어찬 뒤에도 입석 관객이 밀려들었다.
이 극장의 개관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념 공연의 주인공은 김매자(70) 배정혜(69) 국수호(65). 서로가 서로의 대표 레퍼토리를 배워 공연하는 자리였다. 김매자가 국수호의 ‘입춤’과 배정혜의 ‘춘설’, 배정혜가 김매자의 황무봉류 ‘산조’, 국수호가 김매자의 ‘숨’을 선보였다.
각기 다른 서로의 몸짓을 새로 익혀 한 발 한 발 디디고 손짓할 때마다 “이쁘다!” “좋∼다”라는 추임새가 튀어 올랐다. 이날 배정혜는 정중동의 에너지를 담은 신작 ‘율곡’을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대가들은 ‘투정’을 쏟아냈다. 배정혜가 “김매자 선생님이 ‘바른 발(오른발)을 떼고 끌어’라고 하셔서 ‘안 끌면 안 돼요?’라고 했다”고 하자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유, 내가 짠 안무 순서도 못 외우는데…. 며칠 동안은 후회를 참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선생님, 그냥 우리 마음대로 춥시다’라고 말씀도 드려 보고.(웃음) 그래도 지금도 날마다 배우는 즐거움이 있어요. 한국 춤은 기본이 수십 가지예요. 젊었을 때 되도록 많이 배우라고 조언하고 싶어요.”(배정혜)
“몇 십 년 만에 남의 춤을 추려니까 쉽지 않네요. 특히 김매자 선생님의 ‘숨’은 안무가 잘 안 외워져요. 김 선생님은 흥이 나면 어깨가 올라가는데 내가 조금만 어깨를 올리면 ‘어깨 내려!’라고 호통을 치십니다.(웃음) 이번 무대를 통해 지금 여기서 다시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을 느낍니다.”(국수호)
김매자는 “그동안 각자 자신의 작업과 철학을 가지고 각자의 길을 걸어 왔다. 예전에 전통을 배우며 느낀 희열을 다른 선생들의 춤을 배우며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무용계 어른들의 빛나는 눈빛에 관객들은 오래오래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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