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생명사상가인 저자가 동학도였던 집안의 가족사로 전승돼온 이야기를 현장답사를 거친 역사서로 풀어냈다. 1895년 4월 5일 동학의 2대 지도자 해월 최시형이 중심이 돼 여자 임금인 수왕(水王)의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비밀결사 수왕회를 결성, 1898년까지 27차례나 비밀회합을 가지며 여성 중심의 후천개벽시대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해월은 이때 세상의 세 이치로 “첫째 모성, 둘째 밥, 셋째 여성 몸의 월경”을 꼽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한국적 페미니즘의 씨앗을 유불선을 종합한 동학사상에서 찾는다.
신채호 다시 읽기 이호룡 지음/322쪽·1만8000원·돌베개
민족주의 좌파로 분류돼온 단재 신채호를 일찍이 민족주의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극복하려 했던 투철한 아나키스트로 새롭게 조명했다. 서울대에서 근현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한국에서 가장 발 빠르게 민족주의를 제창했던 단재가 독립운동의 방편으로 아나키즘을 수용했다는 기존 연구에 반기를 들고 단재가 이미 1905년부터 아나키즘에 경도됐음을 보여준다. 또 단재가 1923년 집필한 ‘조선혁명선언’은 아나키스트로의 전향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랫동안 연구해온 아나키즘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북한학강의 장달중 엮음/416쪽·2만2000원·사회평론
“결과적으로 북한 연구는 객관적이기보다는 일종의 ‘동정심’이나 ‘이해’, 혹은 ‘긍정’이나 ‘악마화’의 경향을 보여 왔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편자가 서문에 쓴 이 대목에 이 책의 문제의식이 담겼다.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강조해온 북한학자들이 미치광이 빨갱이나 가슴 벅찬 단일민족이 아니라 60여 년 지속된 객관적 실체로서의 북한을 설명한다. 선군정치라는 구호에도 당이 여전히 우위에 서있고, 퍼주기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강한 대북 제재 조치에도 플러스 경제성장으로 돌아선 ‘이상한 나라’에 대한 합리적 안내서다.
우리는 어떻게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가 한경심 지음/364쪽·2만2000원·동아일보
우리 전통공예 장인 열두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꾸밈없이 순박한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을 되돌아본 책이다. 모시짜기 장인 방연옥은 “예전에는 부자들도 기워 입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멋있는 것은 새것, 비싼 것, 번쩍이는 것과 상관없다”라고 말한다. 또 소반장 김춘식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사람의 도리와 예의를 이 밥상에서 가르치고 배워왔어요. 겸상할 때는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독상을 받을 때는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받았으니, 얼마나 성숙하고 멋진 문화입니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