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생의 의미나 목표를 잃고 방황한 일군의 예술인을 뜻하는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 국내에선 이 단어를 한동안 ‘잃어버린 세대’로 번역했다. 인생의 의미나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의미가 강했다. 최근엔 ‘길 잃은 세대’로 번역하고 있다. 뭘 잃어 버렸다는 건지 의미가 불분명하고 자칫 세대 자체를 잃어버렸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말은 헤밍웨이가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년)를 쓰면서 “당신들은 모두 lost generation이오”라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발언을 인용한 게 유명해졌다. 파리에서 활약한 미국 문인의 대모(代母)였던 스타인은 자신의 자동차 수리를 맡은 젊은 정비공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불평했다가 정비소 사장으로부터 프랑스어로 ‘g´en´eration perdue’여서 그렇다는 답을 듣고 이를 헤밍웨이에게 영어로 전한 것이다. 문맥을 보면 오늘날 인생의 패배자를 표현하는 ‘루저들(losers)’의 의미가 뚜렷하다.
헤밍웨이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는 ‘누가 누구를 lost generation이라고 부른다는 말인가’라는 반발심이 들어 그 반론으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썼다고 그의 사후에 발표된 회고록에서 밝혔다.
프랑스어 perdu(e)나 영어 lost는 형용사로 ‘잃어버린’ ‘길 잃은’ ‘패배한’이란 뜻이 모두 담겨 있다. 헤밍웨이는 그 다의성에 주목했다. 실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주인공 제이크는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으로 성불구가 된다. 성적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잃어버린 세대’이고 그로 인해 방황한다는 점에서 ‘길 잃은 세대’지만 결코 인생의 패배자는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위엄을 끝까지 잃지 않는 윤리적 인물이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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