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무딘 나이프?… 식탁 위 역사를 알면 요리가 더 맛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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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를 생각하다:식탁의 역사/비 윌슨 지음·김명남 옮김/368쪽·2만 원

식탁 위 나이프는 끝이 둥그스름하다. 1637년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여느 칼처럼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그런데 그해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프랑스 왕 루이 13세의 고문 리슐리외 추기경이 갑자기 “집 안에 있는 식사용 나이프 끝을 모두 무디게 만들라”고 명령했다. 한 손님이 칼끝으로 잇새에 낀 찌꺼기를 빼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 내린 지시였다. 32년 뒤 루이 14세가 그를 본받아 “프랑스 전역의 모든 식사용 나이프는 끝을 둥글게 만들라”는 칙령을 내렸다.

이 책은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칼리지 역사학과 연구원 출신 음식칼럼니스트가 쓴 요리도구의 역사에 얽힌 산문이다. 냄비와 팬, 칼, 불, 계량, 갈기, 먹기, 얼음, 부엌 등 8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풍부한 인기 칼럼니스트의 글답게 시종 쉼표 없이 수다스럽다. 13년 전 신혼 초 택배로 주문한 스테인리스스틸 팬과 냄비 세트 이야기를 꺼내더니 어느새 “펄펄 끓는 화카레와레와(뉴질랜드 북섬의 마을) 온천 근처에 살았던 마오리족은 예부터 그 물에 요리를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음식과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와 관련한 지적 욕구를 그럭저럭 흥미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읽을거리다. 요리 전문가가 팬과 냄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 듣는 사람 대부분이 결국 궁금해하는 것은 ‘그래서 어떤 팬을 사라는 말인가’일 것이다. 저자는 각 장마다 사적 경험담과 역사 이야기를 얽어가다가 후반부에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팁을 던진다. 르크루제, 테팔 등 마트 식기코너에서 익히 봤던 브랜드도 언급한다. “수명 짧은 코팅 팬은 쓸수록 나빠지지만, 관리하기 번거로운 금속 팬은 쓸수록 좋아진다”는 말은 요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조언이다.

역사 이야기가 지루하다면 각 장 뒤쪽 부분만 찾아 읽어도 몇몇 쏠쏠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저자처럼 아침마다 토스트, 버터와 마멀레이드(감귤류 잼), 오렌지주스, 원두를 바로 갈아 내려 만든 카푸치노를 먹는 사람이라면 더 유용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포크를 생각하다#식탁의 역사#음식#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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