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교육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전통적으로 교육을 중시하는 데다 1가구 1자녀라는 엄격한 가족계획 아래 태어난 외아들 외딸, 일명 ‘소황제’ 교육에 온 가족의 관심이 쏠린다. 10월 초 서가에 꽂힌 ‘우궈자오위빙리(吾國敎育病理·우리나라 교육의 병리·사진)’는 중국 교육의 표면적 병폐를 들추는 게 아니라 그 병인을 파고든다.
저자는 서문에서 저술 동기를 ‘주체할 수 없는 분노’라고 말했다. 교육이 이 지경까지 오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당국자의 ‘지능 박약’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분노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책은 감정에 겨워 썼다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학술적이다. 63세인 중국 베이징대 사회학과 정예푸(鄭也夫) 교수가 2010년 ‘비판적 교육사회학’ 강좌를 개설해 이후 다섯 학기 동안 강의하면서 썼다. 저자는 중국 교육의 주요 주제들을 놓고 강의하고 학생들과 토론했다. 사회학과 심리학, 역사학, 심지어 생물학적 측면에서 중국 교육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본다.
중국에서는 ‘입시교육’과 ‘전인교육’이 갈등하고 대립해 왔다. 저자는 이런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음악 체육 미술 등 전인교육의 핵심 요소로 거론되는 과목들도 입시에 포함되면 입시교육 아니냐고 반문한다. 거꾸로 입시교육의 대표 과목인 수학 영어도 아이의 전인교육을 위한 과목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입시교육의 해결책으로 전인교육을 주장하는 것은 헛소리라는 것이다.
중국 교육은 입시교육 천하가 됐다. 입시교육이 횡행하면서 다들 학력 높이기에 혈안이다. 학생들은 학력을 높여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 하고, 교육 행정가들은 교육 기회와 학력을 더 많이 제공해 치적을 쌓는다. 믿음직한 공무원은 학위에서 탄생하지 않지만 관료사회의 고학력화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저자는 중국에서 교육이 꼭 사회 발전을 위해 활성화돼 온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학생과 부모의 수요 △몸집을 키우기 위한 대학의 적극적 노력 △치적으로 삼으려는 국가에 의해 교육이 과열됐다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직업교육을 활성화해 입시교육 열기를 식히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중국의 직업교육 역시 황폐화돼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농공상’의 유교적 가치관 때문에 직업교육의 토양이 부실하다. 직업현장과 교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직업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기능조차 가르치지 못한다.
저자는 독일의 직업교육에서 배우라고 주문했다. 독일에서는 기능공의 수입과 사회적 지위가 대졸자에 뒤지지 않아 많은 중학생들이 졸업 후 직업학교를 선택한다. 매력을 잃은 중국의 직업학교와는 딴판인 것이다. 나아가 교육당국에 권한을 분산하라고 요구한다. 당국이 모든 권한을 쥐고 흔드는 교육 생태계에서는 다양성이 숨 쉴 수 없어 교육 자체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력은 교육을 통해 배양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교육에 대한 장악력을 느슨히 해야 창의력이 꽃필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같은 교육병으로 신음하는 한국에 고스란히 적용될 충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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