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근처 골목의 공연 포스터 게시판 상단에 쓰여 있는 문구다. 서울연극센터가 최근 발표한 ‘2013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보고서’를 읽고 나서 이 문구를 다시 마주하니 고개가 갸웃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대학로 공연시장 매출은 483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44억 원 늘었다. 작품 수는 151편, 유료 관객은 125만 명 증가했다. 초연작 비중은 전체 46.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태의연한 레퍼토리만 반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하지만 대학로 공연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론은 여전히 ‘위기’였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창작 공간으로서 대학로의 위상이 2, 3년 전보다 낮아졌다”고 답했다. 실험적 작품의 공연이 크게 줄어들어 다양성이 부족해졌으며 전반적 수준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흥미로운 것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응답자 중 63.4%가 “대학로 공연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공연 종사자가 대학로의 다양성과 실험성 약화를 우려하는 반면, 관객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해석했다.
공연 종사자와 관객 모두 대학로 공연의 상업적 성격이 커졌다는 데는 동의했다. 결국 ‘창의성’이라는 가치를 판단하는 시각에서 편차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격차는 이번 조사에서 집계된 대학로 연극 종사자들의 평균 월 소득(114만 원)과 희망 적정 소득(317만 원)의 차이만큼 크게 느껴진다.
‘글자체 정말 고리타분하네.’
6개월 전 포스터 게시판 문구를 처음 보고 든 생각이다. 그 뒤 대학로에서 만난 숱한 사람들로부터 “공연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변화를 기피하는 곳”이라는 ‘충고’를 들었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상업적인 것과 대립되는 가치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보면 어떨까. 그런 변화는 시대의 정신적 희망을 무너뜨리는 불온한 시도일까. 기록적 흥행을 거둔 영화 중 창의적이지 않은 영화는 없었다. 넉넉히 창의적이되, 또한 충분히 치밀하고 흥미로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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