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거부 논란 ‘현대문학’ 공식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문인들에 심려 끼쳐 죄송” 양숙진 주간 사퇴

소설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작품 연재를 거부했다는 논란을 샀던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이 공식 사과했다. 편집주간 양숙진 씨와 편집자문위원들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현대문학은 17일 홈페이지에 띄운 ‘드리는 말씀’에서 “최근 비난과 오해의 여지가 있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이것이 몰고 온 파장은 문인들에게 큰 심려를 끼치게 됐다”면서 “이 일과 직접 관련된 문인들이 받았을 고통에 대해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양 주간은 사퇴 전에 작품 연재가 거부됐거나 연재 도중 게재가 중단된 이제하 서정인 정찬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문학은 9월호에 실어 논란이 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 작품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우려와 질책의 충고를 들었다”며 “이를 계기로 더욱 정치로부터 문학을 보호하고자 했지만 그 방법과 지향이 더 큰 정치적 문학적 비판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앞으로 격조 있고 품위 있는 문예지로서 공적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제하 작가는 내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 예정이던 소설 ‘일어나라, 삼손’에 ‘박정희 유신’ ‘87년 6월 항쟁’ 같은 단어가 들어 있어 연재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정인 정찬의 작품도 비슷한 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지혜 심보선 허은실 황인찬 등 작가 74명은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작품을 현대문학에 싣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제하 작가는 현대문학 측의 사과를 받은 뒤 페이스북에 “새 주간과 편집진이 문학의 정신과 자율성을 얼마나 존중해줄지가 관건”이라며 “이 전통적인 문예지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까지 생각했는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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