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어느 날, 민속학자인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는 농협농업박물관에 찾아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포천에 엄청난 물건이 있으니 얼른 가보시게. 그리 완벽한 ‘겨리쟁기’(사진)는 생전 처음 봤네.”
겨리쟁기란 경기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던 소 두 마리가 끄는 쟁기다. 대부분 소 한 마리가 끌던 호리쟁기를 썼기 때문에 겨리쟁기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부리나케 포천을 찾았던 김재균 농업박물관장은 당시 입을 다물지 못했단다. 100년 넘은 겨리쟁기가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었기 때문. 하지만 소장자는 “선친이 땅을 일구던 땀이 밴 유품”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로부터 5년. 농업박물관 1층 홀 중앙에 전시된 겨리쟁기를 볼 수 있다. 오래도록 정성을 들인 박물관에 감읍해 소장자가 이달 초 기증했다. 박물관은 그 뜻을 높이 사 이 겨리쟁기를 박물관의 ‘농업보물 제1호’로 지정했다.
17일부터 서울 중구 충정로 농업박물관이 개최하는 특별전 ‘농기구, 보물이 되다’에 전시되는 농기구 50여 점은 농촌에선 흔한 물건이라는 선입견 탓에 저평가돼 온 것이다. 막상 전시장에 가보면 생각이 바뀐다. 세월의 향취가 그득한 농기구들의 자태는 웬만한 문화재 못지않다.
특히 박물관이 자체 선정한 농업보물 10점은 쉽게 보기 힘든 ‘작품’이다. 강원 산간마을에서 김치나 감자를 보관한 ‘나무 독’이나 나무가 휘어진 모양새를 자연스럽게 살린 세 칸짜리 ‘구유’는 미술품 같다. 내년 3월 30일까지. 무료. 02-2080-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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