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쌓인 붉은 벽돌에서 이상야릇한 냄새가 난다. 후각적 자극과 제작 과정을 기록한 영상 작품은 이들이 건축용 자재가 아니라 소의 혈액을 사용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서울 평창동 가인갤러리에서 열리는 장지아 씨(40)의 7번째 개인전(‘The Reason Is You’)에 등장한 ‘도축된 소 한 마리의 피로 만든 오브제’ 연작이다. 집단의 규범과 사회의 금기를 넘어서는 작업으로 주목받는 작가는 이번에도 날선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거대한 소가죽에 문신하듯 자연과 삶의 상반된 풍경을 인두질로 그린 드로잉, 19세기 말 중국의 외과용 수술 도구를 모아 놓고 ‘고문’이란 화두로 재해석한 설치작품 등.
불편한 감정과 불온한 상상력이 접목된 그의 작업은 아름답고 추함의 충돌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 안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불안과 긴장을 통해 사람들이 잊고 싶어 하는 현실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27일까지. 02-394-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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