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소년 에르야디는 고모와 사촌 엘립과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갔다. 뭐든 친친 감아 버리는 덩굴식물을 헤치고 독을 품은 쐐기벌레를 피해 가며 이들이 깊은 숲에서 찾아낸 것은 커피나무였다. 커피나무 주변에 사향고양이들이 누고 간 똥이 보였다. 에르야디 일행은 신나게 똥을 주웠다. 그야말로 운 좋은 날이었다.
사향고양이의 똥은 귀하다. 질 좋은 커피나무의 열매를 먹고 사는 사향고양이는 커피나무 열매의 70%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몽글몽글한 똥으로 배출한다. 똥을 잘 씻어 말린 뒤 그 속의 커피를 볶으면 사향고양이의 소화 효소가 더해져 특별한 맛을 내는 고급 커피가 된다. ‘코피루왁’이라 불리는 이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몇 배나 비싸지만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에르야디 일행이 사향고양이똥을 열심히 주워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세계 곳곳에는 이처럼 ‘착한 똥’이 많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면서 환경에도 유익한 똥 말이다. 책에는 작가가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아홉 가지 착한 똥 이야기가 각각 짧은 동화 형식으로 담겼다. 겨울이 몹시 길고 추운 티베트는 고도가 높아 산에 나무가 자랄 수 없어 나무 대신 야크똥을 땔감으로 쓴다. 야크는 풀을 먹고 살기 때문에 똥에 섬유질이 많아 불에 잘 타고 냄새도 안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누에똥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연구 중이고, 페루에서는 새똥 덩어리인 구아노를 천연 비료로 활용한다. 일본에서는 휘파람새똥으로 화장품을 만들고, 스리랑카에서는 코끼리똥으로 종이를 만든다.
고약한 냄새에 더러운 줄로만 알았던 똥이 다양한 자연환경과 문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따뜻한 동화를 통해 알려준다. 각 동화의 말미에 배경이 되는 나라와 민족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흥미를 북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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