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북한작가 PEN문학’ 창간… 탈북작가들 문학 숨통 틔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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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1300부 찍어 배포… 1년에 두 차례 발간 예정
발간 주도한 장해성 이사장 “통일 때까지 계속 발간 목표”

탈북 작가들이 만드는 문학잡지가 창간됐다. 12월 중순 첫선을 보인 ‘망명북한작가 PEN문학’(사진)이다. 그간 작품을 집필해도 발표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탈북 작가들의 숨통이 트이고, 독자들도 이들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창간된 망명북한작가 PEN문학은 반년마다 한 번씩, 1년에 두 번 발간할 예정이다. 창간호는 1300부를 찍어 북한과 통일 관련 연구기관과 대학에 보급했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서 1만 원에 구입할 수도 있다. 이 잡지를 만드는 망명북한작가 PEN센터 장해성 이사장은 “탈북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써도 독자와 만날 창구가 없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9월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79차 국제PEN 총회에 참석한 외국의 망명 작가들이 제기한 ‘탈북 작가들도 이제 정기적으로 작품집을 낼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304쪽 분량의 창간호에는 10월 서울에서 열린 북한 투옥작가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세미나 내용 지면 중계와 북한 문학의 변천사가 특집으로 소개됐다. 탈북 시인 김성민 도명학 백이무의 시와 장해성 정선화 양윤 곽문완 이지명 작가의 단편소설도 실었다. 수록작 중 상당수가 북한의 인권 실태와 군인 및 경찰의 부패상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장 이사장은 “북한을 홍길동전의 율도국인 양 착각하는 일부 남한 인사의 눈에는 불편한 내용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북한에서의 실화를 기초로 쓰인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이 잡지의 지면이 탈북 작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남한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창간호에 초대 소설 형태로 작품을 실은 소설가 이정, 김미수 씨는 탈북 작가들과 2, 3시간씩 작품을 돌려 읽으며 합평회도 가졌다. 탈북 작가와 남한 작가의 작품을 각자의 시점에서 비교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당장 양질의 작품 확보와 발간 비용 마련이 발등의 불이지만 통일 때까지 잡지를 계속 내는 게 목표다. 장 이사장은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우리가 고통 받을 때 당신들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때 답변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작품을 많이 발굴해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탈북 작가#문학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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