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명렬 “생애 첫 수상의 희열, 毒이 안되도록 경계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제50회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받은 남명렬씨

제50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 남명렬 씨는 “얼마 전 한 관객에게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봤다’는 얘기를 듣고서 ‘내가 2013년을 잘못 살지 않았구나’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제50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 남명렬 씨는 “얼마 전 한 관객에게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봤다’는 얘기를 듣고서 ‘내가 2013년을 잘못 살지 않았구나’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동아연극상은 애증의 존재였습니다. ‘인연이 없나 보다’ 체념 비슷하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상을 주시네요. 어젯밤 ‘햄릿’ 쫑파티였는데, 좀 많이 마셨습니다.”

‘알리바이 연대기’로 제50회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수상자로 선정된 배우 남명렬 씨(54)는 올해로 서울 연극무대에 데뷔한 지 꼭 20년째인 베테랑이다. 그는 “동년배 김학철(1990년) 한명구(1991, 1996년) 안석환(1996, 1997년)이 상 받는 걸 보면서 부러운 마음을 누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부족함을 되새기는 계기도 됐지만, 어느덧 한 세대 밑 후배들이 상을 받게 된 걸 보고 ‘심사하는 분들이 내 연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을 뿐인 거다’ 스스로 위로도 했죠. 하하.”

또래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키 179cm의 우월한 하체, 뚜렷한 이목구비, 명료한 중저음의 목소리. 하지만 남 씨는 ‘어릴 때 배우 하라는 얘기 좀 듣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연극 처음 본 게 대학 1학년 때였다”고 답했다.

그는 충남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전의 제약회사에 취직해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딱 6년을 채운 뒤 ‘도저히 못 하겠다’ 확신이 들어 그만둔 것이 33세 때다. ‘살아오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나’ 돌이켜보니, 대학 연극반 때였다.

“그래서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7년 정도는 늘 ‘내가 배우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배우는 캐스팅이 잘 안 될 때,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때 힘들어지죠. 그래도 1995년 ‘이디푸스와의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색깔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김아라 연출이 배우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면서 한계를 가려주는 무대를 만들어 줬습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그의 연기에 대해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든든하고 뚜렷하게 작용하는 존재감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남 씨는 “무대 위에서 늘 적확한 지점에 존재하기만을 원한다”고 했다.

“TV 대중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 일단 고음을 질러야 박수를 많이 받죠.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세게’ 내놓으면 갈채 받기 쉽습니다. 저는 어떤 배역을 맡든 미리 어떤 설정을 하지 않아요. 또박또박 건조한 낭독부터 시작합니다. 그걸 반복하다 보면 희곡이 저절로 어딘가로 이끌어가 줘요. 미리 뭔가 설정하면, 결국 쉽게 할 수 있는 것만 반복하게 됩니다.”

생애 첫 동아연극상에 대해 그는 “독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겠다”고 말했다.

“칭찬받을 때 제일 조심해야 해요. 포커판에서 좀 땄다고 신나게 몰입하다 보면 곧 빈털터리가 되죠. 인생길에 의미 있는 매듭 하나 어렵게 맺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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