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패션 뉴리더 ‘젠틀우먼’… 그녀 눈에 더 이상 젠틀맨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황선아의 스타일포스트

미국 브랜드 ‘필립 림’의 올해 봄 여름 패션쇼 현장.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성을 강조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미국 브랜드 ‘필립 림’의 올해 봄 여름 패션쇼 현장.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성을 강조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패션 잡지 ‘엘(Elle)’ 영국판 지난해 11월호에 흥미로운 칼럼이 실렸다.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제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나는 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아니라, ‘나는 여성이다. 그리고…’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1920년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이후 여성의 권리는 여러 분야에서 높아졌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었던 분야는 패션이다.

패션은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올해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미국의 현대화가 시작된 1920년대의 시대상뿐 아니라 자유를 즐기고자 했던 여성의 심리를 보여 준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사회적 안정감을 되찾았다.

많은 여성은 일자리를 얻고 투표권을 가지게 됐다. 이때 여성의 옷에서 실용적이고 사교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의 허리를 강압적으로 조르던 코르셋 대신 지퍼와 버튼을 사용한 것, 허리보다 무릎 아래 부분을 강조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여성의 ‘잘록한 허리’는 남성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기준이었다. 코르셋 스타일은 남성에게 복종하는 여성, 수동적인 여성을 뜻하는 패션이라는 분석이다.

코르셋을 없앴다는 것은 여성 스스로 자유 의지를 표출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의 ‘파워슈트’는 여성의 사회적 성공에 대한 의지와 야망을 노골적으로 패션에 드러낸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당시 여성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는 등 사회적인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을 뜻하는 ‘커리어우먼’ 같은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성 패션에서도 여성다움보다 남성성(매니시)이 강조된 의상들이 나타났다. 어깨 부분을 강조해 남성보다 더 어깨가 벌어지도록 한 재킷 등이 여성복으로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어쩌면 당시 여성은 ‘나는 여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의지를 나타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2014년 여성 패션은 여성적이지도, 남성적이지도 않다. 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패션에서도 여성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미지를 차용할 필요도 없어졌다.

옷을 입은 사람의 편의와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활용할 뿐이다. 매니시 스타일에서도 남성적인 느낌을 과도하게 표현하지 않고 절제의 미학을 보여 주는 방향이 나타났다. 여기에 여성적인 느낌도 함께 넣어 오히려 감각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다. 몸을 구속하지 않도록 여유 있게 만들어 자유로운 느낌이 나도록 했다.

이제 여성은 누군가를 위해 치장하는 것을 거부한다. 자신이 바라는 느낌과 태도를 패션에 담아내려 한다. 그들은 ‘젠틀 우먼’을 선택했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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