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페라 무대에만 서던 그녀… 한국 데뷔공연서 ‘활기’ 선물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亞 최초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소프라노 홍혜란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활동 이후 한국 무대에 처음 서는 소프라노 홍혜란. 그는 “‘리골레토’의 질다, ‘사랑의 묘약’에서 아디나 역을 조만간 꼭 해보려고 한다”면서 “단숨에 스타가 되기보다는 오래도록 진심으로 노래하는 가수이고 싶다”고 말했다. 빈체로 제공
201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활동 이후 한국 무대에 처음 서는 소프라노 홍혜란. 그는 “‘리골레토’의 질다, ‘사랑의 묘약’에서 아디나 역을 조만간 꼭 해보려고 한다”면서 “단숨에 스타가 되기보다는 오래도록 진심으로 노래하는 가수이고 싶다”고 말했다. 빈체로 제공
소프라노 홍혜란(33)은 201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아시아 여성으론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고국의 관객들은 지금껏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그해 가을부터 모든 성악가의 꿈인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무대에서 활약하느라 좀처럼 짬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15일 한국 무대에 데뷔하는 그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공연을 무척 바랐는데 번번이 스케줄이 안 맞았어요. 이번에 메트에서 베르디 ‘팔스타프’가 끝나고 마스네의 ‘베르테르’ 들어가기 전에 딱 일주일이 비어서 한국행을 결정했어요. 무리한 일정이긴 한데 꼭 한국에서 노래하고 싶어서요.”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졸업과 함께 2011년 1월 메트 오디션에 통과했다. 그리고 그해 5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참가했다. 유럽의 오페라 극장은 전속 가수를 두는 반면 미국은 오페라 작품별로 성악가들과 계약을 한다. 홍혜란은 세 시즌을 내리 메트에서 보내고 있다.

“메트에서는 막내 급이지만, 그 안에 ‘우리는 메트 가수야. 어디서든 당당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야 해’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언젠가 모래폭풍으로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지하철이 안 다니는 날이었는데도 성악가와 스태프 전원이 오전 10시 반 연습 시간에 맞춰 참가하는 곳이 메트더라고요!”

2011∼2012 시즌 바그너 ‘지크프리트’의 ‘숲 속의 새’, 베르디 ‘맥베스’ 중 ‘왕관 쓴 아이’로 메트에 데뷔한 이래 2012∼2013 시즌 바그너 ‘파르지팔’의 ‘꽃처녀’,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오스카’, 풀랑크 ‘카르멜 수녀들의 대화’ 중 ‘콘스탄체’ 역을 소화했다.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는 중이다.

“‘파르지팔’의 프랑수아 지라르 연출은 성배 기사를 유혹하는 ‘꽃처녀’ 역을 두고 ‘코리안 고스트’라고 표현했어요. 처녀귀신처럼 소복을 입고 긴 생머리 가발을 썼죠. 무대 바닥엔 피가 첨벙첨벙하고요. 아시아 문화를 신비롭게 여겨서 오페라 무대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어요.”

홍혜란은 한국 데뷔 무대에서 신년의 활기가 가득한 노래를 부른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왈츠’,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빌랴의 노래’, 카를 첼러의 오페레타 ‘새 장수’ 중 ‘나는야 우편배달부 크리스텔’ 등.

“예전에는 크고 좋은 소리, 풍성한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계적으로 소리를 뽑아 올리는 게 아니라 삶의 연륜만큼 음악도 자라는 그런 성악가가 되기를 바라요. 올해는 미국을 넘어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 있어요. 2014년은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1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13만 원. 02-599-5743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소프라노#홍혜란#퀸엘리자베스 콩쿠르#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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