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꼬박꼬박 조는 백열등 밑에서 화롯불에 구운 군고구마 맛 같은 푸근한 소설이 나왔다.
‘인생이여 고마웠습니다’는 굴곡진 현대사를 살아온 한 할머니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 함창순의 손자 김정현이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하면서 전개된다. 주인공은 6·25전쟁 중 할머니, 어머니, 여동생을 잃고 피난지에서 아버지, 두 동생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산골에서 생활한다. 할머니의 삶은 그의 이마 속에 그려진 깊은 주름처럼 애잔하다. 사실 이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일제 강점기와 6·25 그리고 민주화 투쟁과 천안함 폭침 등 격동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은 마지막 세대다. ‘잘 살아보세’라는 일념으로 평생을 산 세대다. 누구는 베트남 전쟁터로, 또 누구는 파독 광부로, 가난한 나라의 서러움을 겪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주인공들이다. 이제 그들의 삶은 석양에 붉게 물든 노을을 넘어 많은 이들이 ‘일몰’ 속으로 사라졌다. ‘인생이여 고마웠습니다’ 후손들의 등을 두드리며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지지만 우리 후손들은 ‘당신들이 있어 고마웠습니다’라며 눈물로 보낸다. 소설 속 주인공의 거친 인생역정을 통해 격변의 현대사를 조명하고 선대들의 희생적인 삶을 통해 우리세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