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극을 보면 조선시대 관복 색깔은 크게 둘 중 하나다. 빨강 아니만 파랑. 사극 팬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챘겠지만 정3품 이상 당상관은 홍색 계열, 종3품 이하 당하관은 청색 계열의 관복을 입는다. 하지만 이런 관복의 색깔이 정반대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궁궐 밖 행차 때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입는 철릭 색깔도 뒤집힌 경우가 발견된다. 어떤 게 맞을까.
성종 7년(1476년)에 완성된 경국대전은 평상 집무복인 상복(常複)을 입을 때 1∼3품은 홍색, 4∼6품은 청색, 7∼9품은 녹색을 입도록 규정했다. 그 이전엔 복색 규정이 따로 없었고 이후에도 16세기가 되면 품계에 상관없이 잡색(雜色) 상복을 입었다. 즉 여러 색이 뒤섞인 현녹색 토홍색, 청홍색 옷을 입었다
그럼 품계는 어떻게 구별했을까. 단종 2년(1454년) 이후 흉배(가슴과 등에 다는 표장)로 구별했다. 시대별 차이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문관의 경우 당상관은 쌍학, 당하관은 단학, 무관의 경우 당상관은 쌍호, 당하관은 단호 흉배를 달았다.
그러다 17세기가 되면 집무용으로 입던 상복이 의례용 복장이 되고 흉배가 없는 시복(時複)이 집무용 복장이 된다. 의례용 상복은 아청색, 집무용 시복은 주로 담홍색이나 심홍색 계열을 많이 입었다. 영조 22년(1746년) ‘속대전’이 공포되면서 상복과 시복을 모두 흑단령(흑색의 둥근 깃 옷)으로 통일하면서 흑색으로 통일됐다.
철릭의 경우 속대전에 당상관은 남색, 당하관은 청현색을 입도록 규정했지만 임금을 호종할 땐 품계에 상관없이 홍색을 입도록 했다. 풍속화에 등장하는 별감이나 악공이 홍색 계통 철릭을 입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금의 행차 때 별감은 호위를 맡고, 악공은 풍악을 울려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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