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해보자는 제안을 10년 동안 받았어요. 계속 거절하다 처음 선택한 작품이에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 역할을 맡은 소향(36)은 발그레하게 상기돼 있었다.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3일 만난 그는 "대사 하나, 몸짓 하나로 관객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데서 짜릿함을 느낀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소향은 MBC '나는 가수다2'에 출연해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해브 너싱',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불러 소름끼치는 가창력으로 사람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한국 CCM(기독교계 팝 음악·contemporary christian music)계의 '디바'로 불리는 그는 20세 때 CCM 밴드 포스(POS)의 보컬로 들어갔고, 곧 이 밴드의 드러머인 남편과 결혼했다. 이후 뮤지컬 출연 제의가 줄을 이었지만 어두운 역할은 하고 싶지 않았단다.
"마리아 역할이 들어온 순간 '이거다!' 싶었죠. 성격이 밝은 편인데 마리아가 저랑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를 100번 넘게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사운드 오브 뮤직'에는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등 귀에 익숙한 곡이 많이 나온다. 즐거운 노래지만 그의 장기인 폭발적인 고음을 내지를 수 있는 곡들은 아니다. "제 고음은 딱 한 번 들으실 수 있어요. '도레미송'에 원래 없던 고음을 넣었거든요. 고음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마리아 혼자 너무 튀면 극의 흐름을 망칠 수도 있잖아요." 대신 평소보다 맑고 청아한 소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연기는 자연스럽다. 3개월간 따로 연기지도를 받으며 맹훈련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소향의 성격이 배역에 많이 녹아든 것처럼 보인다.
연기에 도전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처음에는 진짜 죽을 맛이더라고요. 제가 '쌩쇼'를 못하거든요. 기대 반 두려움 반에 떨었지만 막상 첫 무대에 서니 하나도 긴장되지 않아서 스스로도 좀 놀랐어요."
두 번째 공연에서는 '작은' 실수를 했다. 노래를 부르며 수녀 베일을 벗는 장면에서 베일을 고정한 '찍찍이'(밸크로)가 안 떨어져 세게 잡아당겼는데 마이크가 같이 떨어져 나온 것. "완전 '패닉'이 돼 마이크를 다시 채웠는데 그 와중에도 신기하게 노래는 계속 나오더라고요. '이게 연습의 힘이구나'하고 실감했죠."
상대 배우에 따라 감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비슷한 색채로 맞춰가는 재미도 있다. 폰 트랍 대령 역은 이필모와 김형묵, 박완이 맡았다.
"필모 오빠는 강직하고 엄격한 느낌이에요.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요. 완이는 부드러워요. 형묵 오빠는 여유 있게 저를 이끌어주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디즈니 뮤지컬 '인어공주'나 '미녀와 야수'도 좋고요."
닮고 싶은 배우로는 남자 배우인 조승우를 꼽았다. 조승우가 연기한 '헤드윅'을 보면서 많이 웃고 또 울었단다.
"승우는 연기를 '잘 하는' 수준을 넘어서 무대 위에서 자기만의 자유로운 세계를 확고히 구축한 배우예요. 관객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죠." 소향은 대사를 진짜 내 이야기인 것처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미국으로 건너 가 앨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누군가가 내 노래를 듣고 꿈을 꾸고 또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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