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소나무로 깎아 빚은 비천상 33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0일 03시 00분


목조작가 허길량씨 개인전

허길량 씨의 작품 ‘다공양비천(茶供養飛天)’. 보물 제231호인 ‘여주 신륵사 보제존자석종 앞 석등’에 새겨진 비천하는 선녀를 형상화했다. 허길량 씨 제공
허길량 씨의 작품 ‘다공양비천(茶供養飛天)’. 보물 제231호인 ‘여주 신륵사 보제존자석종 앞 석등’에 새겨진 비천하는 선녀를 형상화했다. 허길량 씨 제공
아름다웠다. 바람이 휘감은 구름을 닮은 천의(天衣)가 나뭇결을 따라 하늘거릴 줄이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목조각가 허길량 씨(61)의 두 번째 개인전 ‘소나무 비천이 되어’는 수는 많지 않으나 작품마다 쉬이 지나칠 수 없는 기운이 서려 있다.

불교 도리천 서른셋의 하늘에 맞춰 33점을 조각한 비천상들은 모두 지름 80cm 이상의 통소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2002년 통은행나무를 깎은 관음상 33점을 선보였던 첫 개인전과 닮은 듯 다르다. 허 씨는 “소나무는 송진이 많고 성질이 급해 훨씬 다루기 힘들었다”며 “두께 3mm의 옷자락까지 칼로 다듬어 표현하느라 개인전 준비가 10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사실 허 씨는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목조각장(제108호)으로 지정됐다가 송사에 휘말리며 2003년 인정 해제되는 굴곡을 겪었다. 그런 탓일까. “조각상 하나마다 대화를 나누며 불심(佛心)을 닦았다”는 작품은 왠지 모를 애잔함도 묻어난다. 배경을 몰랐다면 비천상의 미소를 편안하다 느꼈을까. 감상은 보는 이의 몫이다. 16일까지. 무료. 02-580-13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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