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근현대사 물줄기를 바꾼 50가지 철도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1일 03시 00분


◇철도, 역사를 바꾸다/빌 로스 지음·이지민 옮김/224쪽·1만9000원·예경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기차에는 ‘추억’ ‘낭만’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대학시절 수련모임(MT)의 기억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이용한 클래식한 운송수단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기차는 19세기 산업화를 이끈 당시로서는 최첨단 발명품이기도 했다. 이 책은 1800년대 초반 처음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 50가지 철도를 선정해 관련한 역사 이야기를 담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인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건설 과정과 러시아혁명을 연결짓는가 하면 1901년 영국 철도조합원들의 파업을 통해 영국 노동당의 탄생 과정을 소개한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철도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또 2차 세계대전 동안 수백만 명을 처형장으로 운송한 아우슈비츠 철도는 어떻게 운영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다.

철도에 대한 꼼꼼한 정보를 바탕으로 언뜻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의 연관성을 도출해 내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예컨대 저자는 1859년 개통된 미국 시카고∼세인트루이스 철도를 설명하며, 당시 대통령 링컨 암살사건과 1860년대 미국 내 호화여객열차의 인기,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배경이 된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대한 이야기까지 풀어낸다. 겨자소스나 냉동고기, 맥주처럼 철도로 야기된 식문화의 변화 과정을 풀어낸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철도가 발전하면서 브라질의 커피, 쿠바의 담배처럼 각 지역이 수익성 높은 특산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가 파리의 생라자르 역을 여러 각도에서 그리기 위해 철도직원들에게 기차를 이리저리 움직여 달라고 했다는 일화, 프랑스 북부 해안가 브르타뉴에 살던 화가 폴 고갱이 철도의 발달로 자신의 지역에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결국 타이티로 떠나게 된 사연 등 역사 속 숨은 이야기도 재미있다.

각 장마다 철도노선과 위치를 지도로 표기기하는 등 해당 주제와 관련한 그림, 사진 등을 풍부하게 담았다. 다만 방대한 정보를 다소 나열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은 아쉽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철도#역사를 바꾸다#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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