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밖에서도 감히 이해당할 수 없었고 내 안에서도 가시들이 눈물을 준 시간 나는 책을 읽고 시를 읽었다. 또 시를 썼다. 나는 내가 누군지 찾으려 끊임없이 내 이성과 감성의 흐름을 기록했다. 그리고는 지금껏 멍청하기만 했던 이성을 배제했다. 감성은 마침내 이성을 잊었다. 좋다.’ (‘시작(詩作) 메모’)
짧은 생이었지만 소년은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보들레르의 ‘악의 꽃’,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즐겨 읽던 윤환(1996∼2013).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남긴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냈다. 윤환이라는 영민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했고, 그 아이가 꿈꿨던 세상과 고민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소년은 시 곳곳에 ‘운명’이라는 단어를 새겨 넣었다. ‘혼자인 것이 운명이라면 따라야 한다’(‘순응1’), ‘운명은 목 놓아 울고 모든 것이 변했구나’(‘변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들’), ‘이런 떠나감이 운명이라는 것이다’(‘단 한 번의 인사’). 류근 시인은 “소년에게 운명이란 끝끝내 자신을 찾아가는 고행”이라고 진단한다.
또래 친구들이 학업 성적에 매달려 주위를 돌아보지 못할 때, 소년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나는 내 속으로 들어갔어’(‘나를 찾아서-친구에게’)라고 털어놓는다. 소년에게 외로움과 다름은 나란히 놓이는 단어였다. ‘사색 끝에 나는 마침내 나를 알게 되었고 알게 된 내 깊이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곳이다 … 빛나는 것은 오직, 다름으로 정의되는 나다.’(‘다름 예찬’)
내 온 마음으로 시를 사랑한다고, 가슴으로 느낀다고 적어 내려간 소년은 저 먼 별로 떠나기 전 시에 모든 것을 오롯이 담았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의 세월을/기록할 수밖에 없다/시간이 우리를 잊지 않도록’(‘시간이 우리를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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