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 달린 친구’로 불리는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물이다. 저자는 개가 사람과 함께 앉아 있는 세계사의 장면 장면을 포착했다. 아시아, 유럽, 러시아, 아메리카, 중동 및 아프리카 5개 지역으로 나눠 해당 지역과 얽힌 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부제는 ‘개를 통해 보는 역사문화 읽기’.
청나라에서 악귀를 물리친다고 믿은 페키니즈는 황제의 개였다. 백성들은 페키니즈를 만나면 절을 해야 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청에서 황제가 숨지면 순장은 사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페키니즈도 죽여서 함께 묻었다.
제2차 아편전쟁으로 베이징이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함락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의 함풍제는 북으로 피란을 가는 난리통에도 “궁에 있던 페키니즈를 서양 오랑캐에게 넘기지 말고 모조리 척살하라”는 엄명을 내린다. 이 와중에 살아남은 페키니즈가 영국군에 포획돼 당대 최고 애견가로 꼽히던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쳐지면서 서양에도 전래됐다.
빅토리아 여왕은 평생 킹 찰스 스패니얼, 보더 콜리,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등을 여럿 키웠다. 여왕은 일본이 고향인 칭도 키웠는데, 미국 페리 제독이 에도 막부에서 선물 받은 개를 선물한 것이다.
오원 장승업의 그림이나 민화에 등장하는 소형 토종개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서양개들의 흔적만 보이는 잡종개를 보면서 저자는 일제강점기 모진 고초를 겪은 사람과 개를 되짚어본다.
일본의 식민지 수탈이 극성을 부리던 1940년대 일본은 군수용 피혁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조선 토종개에 눈독을 들였다. 당시 조선이 일본의 군량미 생산기지였던 만큼 소를 잡을 수는 없었다. 그 대신 농사 기여도가 낮은 개를 잡아 피혁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조치로 조선 토종개들은 매년 수만 마리가 도축돼 가죽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토종개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만다. 1938∼45년 일본이 학살한 토종견 수가 150여만 마리라는 주장도 있다.
예언자 무함마드를 곤경에 빠뜨렸던 개,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 개 라이카의 최후, 백악관의 ‘퍼스트 도그’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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