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에 임명된 염수정 추기경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대성당 주교관 앞에서 열린 추기경 임명 축하행사장에서 첫 인사를 했다. 성당 곳곳에서는 임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천주교 신자 50여 명은 염 추기경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까치발로 선 신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추기경의 모습과 말을 담기에 바빴다.
이날 염 추기경은 “추운 날씨에 명동까지 와주셔서 감사하고 송구스럽다. 부족한 사람으로 두렵다”고 인사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상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라고 생각한다”며 “교황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아시아 복음화와 북한 교회를 위해 도울 수 있는 방법과 화해와 일치의 길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염 추기경은 “뿔뿔이 흩어진 양들을 모아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고 모든 세대가 깊은 연대감을 갖고 한 가족 같은 공동체가 되는 데 기여하겠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남성 신자는 염 추기경의 인사가 끝나자 “사랑합니다! 추기경님”이라고 외쳤다.
정진석 추기경은 염 추기경의 인사에 앞서 “염 추기경 임명으로 한국 천주교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서울대교구가 이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교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축하했다. 그는 “한국 천주교도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 분발해 국민 도덕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염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테니 염려 말고 임무 수행에만 매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규만 유경촌 주교, 황인국 몬시뇰(명예 고위성직자), 서울대교구 간부 신부들, 염 추기경과 사제수품 동기인 최창화 몬시뇰과 임덕일 신부,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 대사 등이 참석했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염 추기경이 국내 첫 3형제 신부로 유명하지만 다른 형제 신부님들은 서울대교구의 공적인 행사라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신부가 아닌 평신도인 큰형만 잠깐 인사하러 다녀갔다”고 밝혔다.
신자들은 염 추기경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하계동 성당에서 온 이용직 김현길 씨 부부는 “1984년 염 추기경이 장위동 성당을 건립할 때 인연을 맺었는데, 굉장히 열심히 하시고 자상하신 분”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념, 세대 간 갈등으로 어려운 일이 많은데 화합과 화해를 위해 추기경이 힘써 주기를 바란다”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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