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밉지만… 밉지않은 가족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연극 ‘959-7번지’ 뮤지컬 ‘라스트…’ 상반된 두 가족의 모습 담아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자식들의 모습을 담은 연극 ‘959-7번지’. 실제 있을 법한 상황과 대사에 공감하다 보면 100분이 훌쩍 지나간다. 한강아트컴퍼니 제공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자식들의 모습을 담은 연극 ‘959-7번지’. 실제 있을 법한 상황과 대사에 공감하다 보면 100분이 훌쩍 지나간다. 한강아트컴퍼니 제공
때론 밉지만 결국 보듬어 안을 수밖에 없는 존재, 가족.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제대로 아는 건 별로 없는 게 또 가족이다. 연극 ‘959-7번지’와 뮤지컬 ‘라스트로얄패밀리’는 전혀 다른 모습의 두 가족이 등장한다.

극단 무대지기의 ‘959-7번지’는 남편을 잃고 홀로 다섯 남매를 키운 영순의 칠순이 다가오면서 자녀들이 벌이는 신경전을 그린 작품. 영순은 친지들을 초청해 칠순 잔치를 하겠다는 자식들의 말에 손사래를 치지만 실은 좋기만 하다. 형제가 많은 집일수록 갈등이 켜켜이 쌓이고, 집안 행사를 앞두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갈등이 터져 나오기 마련. 형제들은 잔치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맹렬하게 싸운다.

이런 형제들이지만 영순에게는 그저 ‘참말로 잘난 내 새끼들’이다. 엄마집의 고장 난 변기를 보며 속상해하지만 선뜻 나서서 고쳐주는 자식 하나 없지만 말이다. 고단한 세상살이에 마음만큼 엄마에게 해드리지 못하는 이 형제들은, 돌아보면 결국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엄마가 차려준 낡은 밥상 위에 놓인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묵은 김치를 쭉쭉 찢어 먹는 기분이다.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김정숙 연출, 권지인 김광용 안혜영 백호영 홍자연 양상아 이빛나 송승석 출연.

‘라스트로얄패밀리’는 요즘 시대 가족과 닮은 모습의 고종과 명성황후, 순종이 등장하는 픽션 사극 뮤지컬.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명성황후, 기죽어 지내는 가장 고종, 공부에 지쳐 음악을 하길 꿈꾸는 순종과 주변 인물들이 좌충우돌한다.

가출한 순종을 찾기 위해 내시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순종이 기타를 치는 등 시대를 넘나드는 소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시트콤식 대사와 개그콘서트 같은 상황 설정이 이어진다. 재기발랄한 코미디물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적합한 작품이다. 2월 2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정태영 연출, 박선우 김태한 임진아 구원영 지혜근 이충주 인진우 강은애 조정환 출연.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959-7번지#라스트로얄패밀리#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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