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인격의 척도이고 선생님의 관심을 끄는 수단이 된 학교. 여기서 학생들의 머릿속은 온통 점수에 대한 강박으로 차 있다. 하지만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지배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친구 문제다. 집단따돌림도 여기서 파생된다.
책은 처음 친구를 사귀는 법부터 우정을 키워 나가는 법, 이별을 맞는 법까지 안내해주는 ‘우정 지침서’이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옛 문인들의 교유 사례들을 소개하고 몇 가지 우정의 법칙을 제시한다.
마음에 드는 친구를 사귀려면 용기를 내 불쑥 찾아가라고 권한다. 조선 후기 문인 박제가가 열아홉이었을 때 일이다. 그는 당대에 문장으로 이름 높던 박지원의 집을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컸다. 박지원은 명문 반남 박씨 후예이며 문단의 총아였던 반면, 박제가는 서얼 출신이었다. 나이도 박지원이 열세 살이나 많았다. 하지만 박제가의 예상과 달리 박지원은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흥분에 찬 박제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훗날 이런 글을 남겼다.
“내가 왔다는 전갈을 들은 선생은 옷을 차려입고 나와 오랜 친구를 대하듯 따뜻하게 손을 맞잡았다. … 선생은 직접 쌀을 씻어 밥을 했다.”
허물없는 친구 사이에도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18세기 조선 화가 이인상과 원중거는 맞은편 집에 사는 친구 사이였다. 어느 날인가 둘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해가 진 뒤에는 서로 오가지 않기로 약속했다. 둘은 평생 약속을 지켰다. 고지식하고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밤새 술 마시며 어울리다 보면 서로에게 실수하고 우정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책에는 이 밖에도 둘만의 것을 공유하자,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주자, 아무리 친해도 함부로 말하지 말자 등의 제안이 들어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뻔해 보이지만 공부에 시달리느라 부모와 대화할 시간도 부족한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다. 학창 시절 쌓은 우정은 평생을 갈 만큼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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