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9일 싱가포르에는 아시아에 관심 있는 국제적 예술 관계자들이 모였다. 국제아트페어와 경매 등 각종 시각예술행사를 아우른 ‘싱가포르 아트 위크’ 행사가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 덕이다. 올해는 비엔날레까지 포함돼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아시아의 문화중심, 미술시장의 패권을 놓고 홍콩, 중국 상하이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싱가포르는 예술과 시장의 동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경제개발청 관광청 국립문화예술위원회 국립문화유산위원회 등 정부가 민간 부문과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아트 위크’ 현장을 소개한다. 》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 작가들을 집중 소개하는 기획전 ‘아트 플랫폼’을 주력 행사로 선보였다. 한국의 김성원 씨가 기획한 ‘한국 플랫폼’의 경우 한명옥 씨의 알록달록한 대형 작품을 비롯해 정서영 백승우 박지혜 씨의 작품을 선보였다. 싱가포르=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11점을 가져왔는데 모두 팔렸다. 아시아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온 컬렉터들이 골고루 작품을 사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내년에도 또 올 거다.”(일본 고바야시 갤러리 고바야시 마사토시 대표)
“장승효 씨의 설치작품을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였는데 화려하고 특이한 작품이라 관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올해 처음 왔는데 아트 페어의 연출과 운영이 국제적이고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다.”(한국 ‘스페이스 BM’ 이승민 대표)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16∼19일 열린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에 대한 화랑주들의 평가다. 4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158개 화랑이 참여했고, 출품작의 75%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상업적 측면-아카데믹 세계 이어줘”
‘동남아 플랫폼’에 나온 태국 작가의 설치작품.‘아트 위크’ 중에는 ‘아트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화랑협회가 주최하는 갤러리 투어 ‘아트 인 모션’, 경매, ‘아트 어파트 페어’ 등이 열리면서 도시 전체가 예술축제의 현장으로 변신했다.
아트 스테이지가 아시아 미술의 전시와 판매에 방점을 둔 것은 여전했으나 올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개별 화랑의 부스와 별도로 전시 면적의 20%를 아시아 미술 기획전 ‘아트 플랫폼’에 할애한 것이다. 중국의 황두(黃篤), 한국의 김성원, 일본의 마미 가타오카를 비롯해 인도 호주 대만 등 6개국과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명 큐레이터 및 전문가들이 참여해 8개의 기획전을 꾸몄다.
한국 플랫폼 전시를 통해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명옥 씨의 대형 작품을 선보인 대구 우손 갤러리 김은아 대표는 “아트페어의 후발주자로서 국제적 감각의 기획전으로 수준을 높이려는 전략 같다”고 풀이했다. 비슷비슷한 국제아트페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해외 미술관 관계자나 거물 컬렉터 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관 개념과 미술관급 전시를 아트페어와 융합한 것이다. 상업 갤러리들이 팔릴 만한 작품, 장식적 작품을 내놓았다면 ‘아트 플랫폼’의 경우 아태지역에서 떠오르는 유망 작가들의 대규모 설치와 영상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이 집중 소개됐다.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출신으로 아트 스테이지를 창설한 로렌조 루돌프 디렉터는 “현대미술에서 시장과 학구적 세계 사이의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 아트 플랫폼은 상업적 측면과 아카데믹 세계를 이어주고, 조각조각 분절된 아태 지역을 하나로 묶는 고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감각과 어우러진 아시아적 특색
아트 스테이지의 발전 속도는 눈부셨다. 지난해에 이어 아트 스테이지를 돌아본 결과 질과 양면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 각국의 미술 시장에 대한 분석을 앞세운 도록부터 전시 디스플레이까지 세부사항은 국제적 수준을 담보하면서 내용면에선 아시아의 지역성에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아트 바젤에서 인수한 ‘아트 바젤 홍콩’이 세계적 화랑들을 대거 독점하면서 아시아의 대표 아트페어로 빠르게 자리매김하는 것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한국에선 국제 현대 가나 아라리오 등 대형 갤러리부터 스페이스 BM, 압생트, 폼 등 소규모 갤러리까지 두루 참여했다. 국제갤러리는 양혜규 씨의 대형 평면 작품을 판매했고 현대에서 내놓은 최우람 씨의 키네틱 작품, 가나가 선보인 이환권 씨의 조각에도 관심이 쏠렸다. 전광영 최정화 이수경 구성수 김준 등의 작품은 외국 화랑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 KIAF는? ▼ 차별화와 혁신 통해 한국적 개성 키워야
2002년 출범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한때 아시아의 대표적 아트페어로 손꼽혔다. 지난해 행사 때 190억 원 매출, 8만5000여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하지만 홍콩의 ‘아트 바젤 홍콩’, 싱가포르의 ‘아트 스테이지’가 대약진하면서 KIAF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아트 스테이지’에서 만난 국내 화랑 관계자들은 “국제 마켓의 측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KIAF가 이곳에 밀린다”며 “혁신과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화랑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행사로 회원 화랑들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독일 미하엘 슐츠 갤러리의 미하엘 슐츠 대표는 “참여 화랑의 수준이 들쭉날쭉한 점, 작품 가격 책정에 거품이 있는 관행, 행사 운영 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에 개최될 KIAF의 커미셔너 자격으로 ‘아트 스테이지 2014’를 둘러본 변홍철 씨는 “아트 스테이지가 자기 색깔을 분명히 구축한 것이 강점이듯 우리도 고유한 개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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