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부터 21세기까지 역사적 현장을 발로 뛰며 카메라에 담은 사진집 ‘시대의 기억’(사진예술사·사진)이 출간됐다.
1978년부터 23년간 동아일보에서 사진기자로 활약했던 김녕만 사진작가(65)가 40년 넘게 찍은 사진 가운데 271점을 추렸다. 다섯 가지 주제 ‘고향 그리고 새마을운동’과 ‘서울’ ‘민주화로 가는 길’ ‘대통령’ ‘통일을 향하여’로 정리한 사진집은 소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찰나를 모았다. 사진평론가인 김승곤 순천대 석좌교수는 “사진 밑바닥에 예술적으로 과장하지 않은 한국인 고유의 정감이 흐르고 있다”고 평했다.
흑백사진으로만 구성된 사진집은 왠지 모를 처연함이 묻어난다. ‘맞아, 그땐 그랬지’라는 뭉클한 추억과 ‘왜 그런 아픔까지 겪었던가’ 하는 비릿한 회한이 뒤섞여 솟구친다. 특히 첫머리를 장식하는 우리네 고향 정경들과 한창 개발바람이 불었던 1970, 80년대 서울의 뒤안길은 넘기는 페이지마다 손끝을 찡하게 달군다.
작가는 끝자락 작업노트에서 “내 기억은 모호할지라도 카메라의 기억은 오차가 없다”고 말했다. 그 기억이 전달하는 상념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같은 땅 같은 세월을 살아낸 이들이 품은 공감대는 닮을 수밖에 없지 않나. 그 사실을 사진은 말없이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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