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힐링투어]페르시아 만의 술탄왕국 오만의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와디서 물놀이하고, 파티 즐기고… 사막 속의 서프라이즈!

오만만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와디 티위. 휴일을 맞아 소풍나온 아빠와 아이가 얕은 계곡 물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와디 주변은 물이 풍부해 이렇듯 팜트리가 우거지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강바닥은 말라 붙는다. 무스카트(오만)=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오만만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와디 티위. 휴일을 맞아 소풍나온 아빠와 아이가 얕은 계곡 물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와디 주변은 물이 풍부해 이렇듯 팜트리가 우거지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강바닥은 말라 붙는다. 무스카트(오만)=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인류는 놀랍다. 2000년 전부터 아라비아의 대상(隊商)이 아라비아반도(사막)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중국, 인도의 문물을 실어 날랐다. 그걸 증명하는 유적이 요르단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고대도시 페트라다. 페르시아 만은 그 페트라 무역로의 연장선상으로 아라비아 대상의 주요 해상 무역루트였다. 물론 19세기 후반 수에즈운하 개통과 디젤화물선 출현으로 무역루트가 홍해로 옮겨지며 그 기능을 잃어버렸지만.

페르시아 만의 오만(Oman·술탄왕국)은 17∼19세기엔 강력한 무역 국가였다. 거점은 오만과 자신들이 다스리던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잔지바르 제도(현재 탄자니아). 잔지바르는 아프리카동부에서 유일하게 고대국가를 이뤘던 곳. 정향 후추 육두구 등이 나는 향료 섬으로 통하는 대륙의 내륙수로인 콩고 강에 접근이 용이한 위치다.

하지만 1856년 사이드 빈 술탄(왕) 서거 후 두 아들이 분리 통치함에 따라 오만과 잔지바르는 갈라진다. 그래서 페르시아 만의 무역항이 현재의 ‘오만 술탄왕국’이 된다. 잔지바르 술탄왕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보호령이 되고 1964년 대륙의 탕가니카 왕국에 합병된다. 그렇게 태어난 나라가 탄자니아다. 페르시아 만의 술탄왕국 오만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1]무스카트에서 80km 남쪽 오만만 해안에 형성된 싱크홀 비마(깊이 25m). [2]일시적으로 강을 이루는 와디는 이렇듯 물이 얕아 사륜구동차로 색다른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좋다. [3]와디 티위의 중산간 계곡에 형성된 마을. 푸른 팜트리 숲이 황무지산악 가운데 깃든 모습이 이채롭다.
[1]무스카트에서 80km 남쪽 오만만 해안에 형성된 싱크홀 비마(깊이 25m). [2]일시적으로 강을 이루는 와디는 이렇듯 물이 얕아 사륜구동차로 색다른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좋다. [3]와디 티위의 중산간 계곡에 형성된 마을. 푸른 팜트리 숲이 황무지산악 가운데 깃든 모습이 이채롭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이륙한 카타르항공 비행기는 남으로 기수를 돌린 뒤 페르시아 만 바다 위로 날아갔다. 그런데 30분쯤 지나 창밖을 내다보니 온통 사막의 황무지 상공이다. 그렇게 날기를 두 시간. 황무지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바뀌었고 거기선 나무 한 그루, 물줄기 하나 볼 수 없었다. 보기만 해도 갈증이 날 정도로 팍팍한 건조한 사막. 그럼에도 인류는 그걸 이겨내고 이제껏 살아왔다. 대단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게 의지만으로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그 비결은 사막을 좀더 깊숙이 들어가야 알 수 있다. 사막에도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 그래서 사막에선 자연의 오묘함에 더더욱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오만은 그런 사막의 경이를 깨닫기에 제격의 여행지다. 그건 와디(Wadi)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와디는 아랍어로 ‘계곡’ 혹은 ‘강이 흘렀던 흔적’이나 ‘일시적인 간헐천’을 뜻한다.

마침 내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 오만엔 큰비가 내렸다. 사람 몇 명이 휩쓸려 내려갈 정도의 홍수도 있었단다. 사막에 웬 비냐고 물을 분도 있을 것이다. 그건 사막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다.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사막이란 없다. 양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오만처럼 산악이 발달한 사막이라면 지형적 강수도 기대된다. 그건 평지보다 기온이 낮은 산의 상층부에 수시로 내리는 비다. 그게 가끔은 양이 많아 계곡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데 와디는 그때 그 빗물로 이룬 강, 혹은 그 물이 흐르는 수로를 지칭한다. 상공에서 보면 와디는 한눈에 들어온다. 와디를 영어로는 ‘워시’(Wash·씻어 내리다)라고 하는데 딱 그 모습 그대로여서다.

수도 무스카트에서 사륜구동자동차로 와디를 찾아 나섰다. 남쪽해안을 따라 80km쯤 달렸을 때 깊은 계곡과 강이 나타났다. 와디 티위인데 마침 휴일이라 강변엔 소풍 나온 가족이 많았다. 주민들은 물가에 차를 세우고는 바비큐를 즐기고 있었다. 11월은 사막 땅 오만에서 축복받은 계절이다. 비도 가끔 내려 와디마다 물이 가득하고 한낮 기온도 30도를 넘지 않아서다. 5∼10월엔 49도까지 오른다.

나를 태운 사륜구동차량은 와디의 물가로 내려가 좁은 산길을 통해 계곡상류에 올랐다. 와디의 물가엔 팜트리(야자수)가 우거졌고 물 곳곳에선 꼬마들이 물장구치며 아빠와 놀고 있었다. 하지만 여인들은 달랐다. 발끝까지 가리는 아바야(겉옷)에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게 머리를 감싼 하프 등 평소의 차림 그대로 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숯불에 차를 끓여 마시며 담소만 나눈다.

이렇게 와디의 계곡물을 따라 가파른 산을 오르기를 20여 분. 물이 펑펑 샘솟는 계곡 안 울창한 숲에 다다랐다. 땡볕의 사막이지만 숲 속은 천국처럼 시원했다. 그리고 거기엔 배수구처럼 생긴 수로에 물이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그걸 따라 숲 속에 들어가니 샘물을 동네로 흘려보내는 전통 관개시설이 있었다. 아라비아 사막의 ‘팔라이’라는 전통관개시설이다. 이튿날도 나는 사륜구동차로 다른 와디를 찾았다. 그곳은 폭이 100m는 될 듯한 대규모의 평탄한 자갈밭. 거기선 사륜구동차로 와디의 얕은 물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드라이빙을 즐기는 곳이었다.

오만의 주요 도시는 평지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주요 도로는 해안에 놓였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가장 남쪽의 살라라라는 곳에 닿는다. 이곳은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청해부대의 전함이 정기적으로 들러 군수지원을 받는 항구도시. ‘아덴 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이 응급처치를 받기 위해 이송된 곳이다. 무스카트 남쪽해안은 유럽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다. 와디 티위를 비롯해 알샤브 비치까지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막비경이 자동차로 한두 시간 거리에 있다. ‘비마’라는 싱크홀(Sink hole·무너져 내린 구멍)도 그중 하나. 초등학교 강당만 한 엄청난 크기(높이 25m)인데 그 안엔 물이 고여 지하호수를 이루고 있다.

오만은 사륜구동 험로주행을 즐기는 마니아에겐 최고의 여행지다. 사막오지로 떠나는 자동차여행이 이곳의 매력이다. 무스카트 시내엔 40도 급경사의 언덕 하나를 쿼드바이크와 사륜구동차 운전연습장으로 무료 공개하고 있다. 누구나 차를 가져와 도전할 수 있다.

▼ 건축미의 극치, 대형 사원에 압도… 깔끔한 시장 인상적 ▼
오만 수도 주변관광, 이것만은 꼭!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의 주 기도실. 14m나 되는 대형 샹들리에 아래 바닥의 카페트(가로 70m 세로 60m)는 중국인들이 20개월 동안 짠 한 장짜리다.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의 주 기도실. 14m나 되는 대형 샹들리에 아래 바닥의 카페트(가로 70m 세로 60m)는 중국인들이 20개월 동안 짠 한 장짜리다.
수도 무스카트는 단아하다. 카타르의 도하 같은 고층빌딩이 한 채도 없다. 모두 하얀 사각형의 아랍전통 스타일이다. 색깔도 백색 베이지 등 세 가지뿐. ‘오마니’라고 부르는 주민도 친절한데 외국인, 특히 인도인이 많다. 내가 묵은 곳은 샤티 알꾸름 해변의 그랜드하이엇 무스카트호텔. 역시 아랍 전통 스타일의 4층 건물로 아담하다. 주변은 대사관저가 밀집한 외교가. 아침이면 코앞의 해변에 나가 조깅과 산책도 즐겼다. 오만 사람도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해변은 새벽부터 공 차러 나온 이들로 부산하다.

그랜드 모스크(이슬람교 사원)는 무스카트 관광의 일번지다. 2만 명이 실내외에서 동시에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초대형이다. 현 국왕 까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 지시로 2001년에 사암 30만 t으로 만들었다. 아라비아 건축의 아름다움을 정원과 회랑 등 사원 곳곳에서 만끽할 수 있다. 핵심건물은 가로 세로 74.4m의 장방형 건물 ‘무살라’(중앙기도실). 실내바닥엔 가로 70m에 세로 60m의 초대형 양탄자가 깔려 있는데 이음매 없는 한 장짜리다. 만드는데 20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그걸 짠 이가 특별하다. 중국인이다. 이젠 중동의 모스크까지 중국제가 진출하고 있다.

오만의 황무지 산엔 특별한 게 있다. 요새다. 얼마나 많은지 가는 곳마다 눈에 띈다. 물론 지금은 유적으로 남아 관광시설이 됐지만. 요새가 방비했던 것은 무역강국 오만을 관통하는 무역로였다. 요새는 대상(隊商)이 쉬어가는 마을에 설치하게 마련. 그래서 요새마을은 하나같이 오아시스다. 오아시스는 와디와 달리 샘물이 항상 흘러넘치는 곳이다.

내가 찾았던 나칼 요새도 마찬가지였다. 망루에 올라서니 주변이 온통 팜트리로 둘러싸인 동네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황량한 사막의 험준한 산맥과 대비된 사막평지의 초록빛 숲. 그 대비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곳은 10년 전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오만 국빈방문 중에 들렀던 곳이라고 한다.

■Travel Info

◇오만 ▽국명:sultanate of Oman. 국왕은 까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 ▽지형:사막 82%, 산악 15%, 평지 3%(해안) ▽인구:383만 명(외국인 168만 명) ▽기후:사막성 △5∼10월 고온다습하며 기온은 섭씨 49도까지 오름. ▽관광정보:www.omantourism.gov.com

◇카타르항공 ▽스케줄:인천∼도하, 도하∼무스카트 매일 운항. 인천 출발 0시 45분(10시간 반 소요), 도하 출발(인천행) 오전 1시 50분(8시간 반 소요) ▽수하물:일반석 30kg ▽비즈니스 이상 클래스:스파 시설까지 갖춘 별도 프리미엄라운지 이용 ▽홈피:www.qatarairways.com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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