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세계로 가는 서울시향 ‘전용 홀’이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무대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시향은 올여름 영국 BBC프롬스와 에든버러 페스티벌, 핀란드 투르쿠, 이탈리아 메라노,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음악축제에 초청을 받았다. 영국 최대 음악축제인 BBC프롬스에 서는 것은 일본 NHK심포니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에든버러와 그라페네크에는 2011년 첫 연주회 이후 재초청됐다. 음반 시장 불황 가운데서도 서울시향은 세계적 음반 레이블인 도이체그라모폰(DG)을 통해 6장의 CD를 내놨다.

서울시향은 9년 전 정명훈 예술감독을 영입한 뒤 기량을 갈고닦아 한국 음악계의 ‘기준점’으로 부상했다. 주요 콘서트는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된다. 정 감독은 부임하면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열심히 하면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음악칼럼니스트 박제성의 해석은 흥미롭다. “서울시향의 유럽 무대 진출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펼치는 해외시장 공략이 한국 오케스트라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글로벌 관객이 인정하는 악단으로 도약해야 한다.”

서울시향은 정 감독이 두 축으로 삼은 해외 투어와 음반 녹음을 통해 연주력을 갖췄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한 차원 다른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시향만의 사운드를 만들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전용 홀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서울시향 전용 홀 건립은 9년째 실체 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의 벨벳 사운드, 베를린필의 황금빛 사운드는 악단의 전용 홀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는 2007년 9월 27일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에 이런 요지의 기고를 남겼다. “좋은 홀을 갖지 못한 최고의 오케스트라는 수명을 길게 이어갈 수 없는 법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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