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이 부른 최악의 결과를 경고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유럽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대표적이라면 우리나라엔 ‘단물 고개’가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에는 ‘빨간 양초와 인어’가 같은 맥락입니다. 2014년, 같은 이야기를 하는 글 없는 그림책 ‘빅 피쉬’가 나왔습니다.
온 마을을 태울 듯 태양이 이글거립니다. 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 건 오래고 동물도 사람도 죽어갑니다. 물이 없으니 농작물도, 나무 열매도 얻을 수 없습니다.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뼈만 남은 가축을 잡아 올려 봅니다만 비는 오지 않고 굶주린 새들만 좋아합니다. 현자는 예부터 전해 오는 전설의 물고기를 찾아오기로 결심하고 전사 네 명을 떠나 보냅니다. 그 여정에 전사들은 산꼭대기에다 커다란 배를 만드는 한 사람을 만납니다.
대홍수에 관한 전설은 고대 여러 문명에서 전해집니다. 긴 가뭄에 물을 찾아 나선 전사들이 만난 사람은 성서에 나오는 노아였겠지요. 작가 이기훈은 ‘빅 피쉬’에도 역시 전작 ‘양철곰’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적 세계관을 풀어냅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할 뿐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고생 끝에 전사들은 끊임없이 물을 내뿜는 물고기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입과 온몸을 칭칭 묶어 자기들의 마을로 가져갑니다. 동물들도 경고라도 하듯 따라붙기 시작합니다. 물을 차지하려는 인간과 큰 물고기를 지키려는 동물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 사이 물을 품은 물고기는 몸이 점점 불어 가고 있습니다. 그 큰 물고기를 잡아가면 안 된다는 것쯤은 어린 독자들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무언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것 같습니다.
펜으로 치밀하게 그려낸 그림은 한 컷 한 컷의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컷과 컷의 연결도 이야기를 이어 가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생생하게 읽히는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조금 높은 학년에서 어른들까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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