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국립발레단장(오른쪽 맨 앞)은 4일 첫 출근을 하자마자 연습실부터 찾아가 단원들의 동작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지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난도 높은 작품을 올릴 계획”이라면서 “단원들을 쥐어짤 거예요”라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허벅지는 서로 좀 더 바짝 붙이자, 옳지.” “손끝은 더 쭉 펴고…. 그렇지.” 서울 서초구 국립발레단에 4일 처음 출근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47)은 가장 먼저 단원들의 연습실부터 찾았다. 강 단장은 허리를 구부리고 발끝을 일자로 쭉 뻗으며 연습하는 단원들을 유심히 지켜보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손으로 가볍게 자세를 다듬어줬다. 》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이보리색 원피스에 롱부츠를 신고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는 단원들 사이사이를 천천히 걸어 다녔다. 손끝, 발끝 동작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단원들은 최초의 현역 발레리나 단장인 그의 손길에 몸을 더 곧추세웠다.
강 단장은 1시간 반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단원들을 지켜봤다. 연습이 끝나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강 단장은 “단원들이 연습하는 걸 보니 하고 싶은 작품들이 떠올랐다”며 “이런 영감을 줘서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강 단장은 점심 식사도 거른 채 곧바로 단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시작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단원들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상기돼 있었다. 이영철 수석무용수는 “남자 무용수들의 기량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하셨다”며 “긴장되면서 기대도 된다”고 했다.
강 단장은 10월경 국내에서 공연한 적이 없는 작품 두 편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작품 제목을 지금 밝히기는 어렵지만 무용수로서 굉장히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에요. 주연 따로 군무 따로 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음악도 아름다워서 발레를 잘 몰라도 듣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그는 두 작품이 워낙 힘들어 공연을 올리고 나면 단원들의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마 ‘악’ 소리가 날걸요”라며 웃었다.
강 단장은 오후에 열린 취임식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발레는 공식 연습과 리허설만으로 되는 게 절대 아닙니다.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책임지고 훈련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쥐어짤 거예요.(웃음) 10월에 올릴 새 작품을 하고 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겁니다. 최상의 기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다치니까 알아서 준비하세요. 남자 무용수들은 특히 더 힘들 테니 잘 들으세요.”
전날 귀국한 그는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지난달 30, 31일 독일에서 인스브루크 발레단과 ‘나비부인’을 공연한 뒤 짐 정리만 하고 곧바로 귀국한 강행군이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자지 않아요. 쪽잠 자는 건 생활화돼 있어요.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연을 하다 보니 시차 때문에 새벽에 눈 뜨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방에서 연습해요. 달밤에 체조하는 거죠.”(웃음)
그는 국립발레단을 세계 주요 발레단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발레리나 강수진보다 국립발레단을 먼저 사랑해 주세요. 좀 더 나은 여건에서 무용수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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