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대물림 전통 흔들… 日 비단산업 쇠락의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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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표 교수 논문 “남의 일 아니다”

15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니시진 비단을 짜고있는 한 장인. 문옥표 교수 제공
15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니시진 비단을 짜고있는 한 장인. 문옥표 교수 제공
니시진오리(西陣織)는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京都)에서 발흥한 수제품 가운데서도 가장 명성이 높다. 5세기 말 바다를 건너 간 도래인(渡來人)에서 유래해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은 비단직조산업으로, 주로 기모노 제작에 쓰이는 일본의 대표적 문화자산이다. 하지만 이 1500년 전통의 일본 전통 비단산업의 불씨가 사그라지고 있다.

문옥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최근 국립민속박물관 학술지 ‘국제저널 무형유산’에 게재한 논문 ‘일본 교토 니시진 비단직조산업이 직면한 과제’에서 “현재 니시진 가족기업이 속속 문을 닫아 해당 기술과 노하우가 영구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2008년 총 판매량이 1990년의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200여 개가 성업하던 염색공장은 20여 년 만에 60군데로 줄었다. 그나마 남은 곳도 사업을 계승할 이가 있는 공장이라고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니시진오리의 몰락은 비싼 가격과 취향 변화, 경기 불황처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일본이 자랑해 왔던 장인의 대물림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봉에 시달리며 오야카타(親方·우두머리 장인) 밑에서 몇 년씩 고생해야 하는 도제시스템을 견뎌낼 청년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문 교수는 “일본 비단직조산업이 처한 실정은 바다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전통무형유산을 박물관 전시품처럼 ‘과거의 잔존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 전통기술과 문화산업 활성화를 모색하지 않고 특정 기술을 지닌 몇몇 인물만 무형문화재로 대우하고 마는 현재의 정책부터 재고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니시진오리의 부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는 최근 일본의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직조기술로 만든 비단을 유럽의 유명 패션업체에 공급하거나 소비자가 가지고 온 옷감을 병풍이나 핸드백 등 원하는 소품으로 다시 만들어주는 사업을 벌이며 난국을 타개하려고 노력한다. 문 교수는 “현대적 감각이나 유행을 읽어냄으로써 전통산업의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한국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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