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이야기는 아이들의 귀를 쫑긋거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거짓말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두근거리고 긴장되죠. 귀신 이야기를 듣는 동안의 긴장감은 묘한 쾌감으로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은 충동을 만들어 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그런가 봅니다. “할머니, 귀신 이야기 해 주세요. 전에 했던 거 말고 다른 거….” 이렇게 조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 책은 할머니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귀신들에 대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태입니다. 도깨비, 혼불, 물귀신, 아기귀신, 처녀귀신처럼 많이 듣던 귀신도 있고 방죽귀신, 차일귀신, 뒤란귀신, 감나무귀신, 토방귀신, 우물귀신처럼 생소한 귀신 이야기도 보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귀신이란 말을 몇 번이나 쓰는지도 모를 만큼 많은 귀신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많은 귀신들을 만난 할머니는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하나도 잊지 않고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할머니의 입을 통해 듣는 귀신 이야기는 무섭기만 한 건 아닙니다. 귀신을 피하는 방비책도 슬쩍 슬쩍 보입니다. 차일귀신을 피하려면 너무 늦게 다니지 말아야 하고, 물귀신을 피하려면 깊은 물에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아기귀신을 피하려면 아기 무덤에 꽃 한 송이 올려놓으면 됩니다. 이렇게 보니 귀신은 인간이 방심한 틈에 등장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하긴 귀신이 무서운 건,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내 앞에 나타난다는 점이겠죠.
아홉 개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무섭기보다 경건해집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귀신이 될 수 있단다.”(79쪽)는 할머니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이 책의 귀신 이야기에는 이 땅이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는 기본 철학이 엿보입니다. 자연에 대해서, 사물에 대해서, 이웃들에 대해서 겸손한 마음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이 귀신 이야기입니다.
귀신 이야기는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통합니다. 아주 자극적인 귀신 이야기만 접한 아이들에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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