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으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이 공개적으로 국민 의견을 듣는 자리다. 주로 민감한 정부 정책을 결정하고자 할 때 여론을 반영하려는 좋은 취지가 담겼다.
그런 뜻에서 12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 수리체계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는 시의적절했다. 최근 숭례문과 문화재 수리자격증 대여 논란 등 문화재 분야에서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때 문화재청이 학계와 업계를 아우른 외부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는 자세는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공청회장에는 200여 명이 몰려 열기가 뜨거웠다. 앉을 자리도 없어 상당수가 몇 시간을 선 채로 지켜봤다.
하지만 세 시간 넘게 이어진 이 자리를 공청회라 불러야 할지는 머뭇거려진다. 교수들의 주제 발표에 패널들이 마이크를 ‘한 번씩만’ 잡았더니 예정시간을 넘겨버렸다. 사안이 엄중하니 성심성의껏 논의하려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래도 온갖 장황한 부연 설명이 이어지는 건 자제했어야 옳다. 참다못한 한 참석자는 갑자기 “여기가 무슨 수업 받는 교실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발언 방식엔 동의할 수 없지만 분통 터진 속내는 짐작할 만했다.
겨우 발언권이 넘어간 방청석도 어수선했다. 목소리만 높인 채 상대를 비난하며 자기 입장 전달에 급급했다. 이마저 서로 고성과 험한 말이 오고 가며 부산스러웠다. 결국 토론 좌장을 맡은 김동욱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장은 “여건상 한계가 있으니 나머지 하고픈 말은 서면으로 직원들에게 제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웃지 못할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공청회 주제는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제도 △보수·정비사업 입찰제도 △수리품셈제도 세 가지였다. 김 위원장이 말했듯 ‘한 가지만으로도 며칠씩 밤을 새워 토론해도 모자랄’ 사안들이었다. 그걸 겨우 반나절 만에, 그것도 방청객 질의응답은 40분만 잡아놓고 ‘민의를 듣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발표자와 패널 구성도 아쉬웠다. 발표진과 패널은 모두 건축학과 교수 아니면 문화재수리 관련 협회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 분야 전문가들인 건 틀림없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목적인 자리가 한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게다가 몇몇은 “평생 고생했는데 비난만 받는다”며 신세 한탄에 가까운 얘기를 늘어놓았다.
서로 다른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발언자들은 하나같이 ‘문화재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다. 문화재는 매우 특수한 분야이고, 어느 영역보다 전문성이 중요시돼야 한다. 그런데 이날 공청회가 과연 전문적이고 특수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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