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상사에서 19세기 동서 융합을 꿈꾼 한국의 사상가로 두 명의 최 씨가 손꼽힌다. 동학을 창제한 수운 최제우(1824∼1864)와 기철학을 펼친 혜강 최한기(1803∼1877)다. 혜강은 조선의 주자학과 서양의 기독교가 각각 무형의 이(理)와 무형의 신(神)을 추종한다고 비판하면서 동양 전통의 기학(氣學)을 토대로 서양과학과 사상을 수용해 독자적 기철학을 전개했다. 혜강이 1860년경 집필한 이 책은 그가 만물의 원천으로 설명한 운화기(運化氣)의 사상을 토대로 서양 사상을 소개한 ‘공세격치’와 ‘천주실의’를 비판했다.
김진균 평전 홍성태 지음/412쪽·2만5000원·진인진
1980, 90년대 진보적 사회학자를 대표했던 김진균 서울대 명예교수(1937∼2004)의 10주기를 맞아 고인의 삶과 학문적 발자취를 재구성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공학도를 꿈꾸다 사회학도가 된 고인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다산 정약용과 마르크스의 사상을 접목해 고도산업사회의 문제를 천착했다. 1970년대 다산연구회와 1980년대 상도연구실(훗날 산업사회연구회)을 양 날개로 삼아 진보학계의 느티나무 또는 너럭바위로 불리게 된 과정을 고인의 기록과 지인의 증언으로 꼼꼼히 복원했다.
신경과학으로 보는 마음의 지도 호아킨 M 푸스테르 지음·김미선 옮김/440쪽·2만3000원·휴머니스트
대뇌피질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뇌과학 연구 초창기에는 대뇌피질의 특정 영역과 특정 능력의 연결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10여 년부터는 특정 능력이 작동하기 위해선 대뇌피질의 여러 영역이 하나의 모둠체로 작동한다는 모듈(module)모델이 각광 받았다. 최근엔 대뇌피질에 더 넓게 분산된 신경세포의 중첩적 조합으로 마음이 작동한다는 그물망(network)모델로 발전했다. 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이런 인지 그물망의 단위로 ‘코그니트’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원제 Cortex and Mind(2013년).
한국근대형사재판제도사 도면회 지음/600쪽·3만7000원·푸른역사
한국의 근대 형사제도는 120년 전 갑오개혁에서 출발한다. 인치가 아닌 법치가 선포되면서 국왕의 최고 재판관으로서 지위가 박탈됐다. 사법권과 행정권 분리를 위해 지방 수령에게서 재판권을 빼앗았다. 하지만 1899년 광무개혁에서 국왕의 최고 재판관의 지위와 지방관의 재판권이 부활하면서 백성에 대한 억압과 수탈이 가혹해졌다. 대한제국의 멸망 원인을 재판제도의 보수반동화에서 찾은 저자의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1998년)을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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